영화진흥공사를 폐지하고 법정 민간 행정위원회성격으로 출범한 영화진흥위원회가 출범하자 마자 삐걱거리고 있다.영화계 내부의 신구 세력간의 마찰이 심상치가 않고,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도 일처리가 미숙해 영화진흥위를 둘러싼 파열음이 요란스럽게 울리고 있는 것이다.
영화진흥위원들은 지난달 28일 문화관광부 장관의 위촉장 수여식에 전체 10명 중 3명이 빠진 7명만이 참석했으며 지난달 31일 오전 11시 서울 홍릉의 구 영화진흥공사 건물에서 가진 출범 이후 첫 기자회견에도 7명만이 참석했다.
불참자 가운데 임권택 감독은 영화촬영관계를 이유로 들었지만, 김지미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과 윤일봉 전 영화진흥공사 사장은 자신들이 위원 선임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로 출범한 영화진흥위원회의 신세길 위원장과 문성근 부위원장은 31일 기자회견에서 『김지미 이사장등도 위원 선임에 동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앞으로 한달 내에 영화진흥위원회가 전개할 사업의 청사진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영화계 내부의 불협화음을 의식한 신세길 위원장은 『원로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운영할 계획이다』고 말했고, 문성근 부위원장도 『영화계 내부의 모든 인사들을 망라해 1년에 네 차례 대토론회를 열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일 오전 11시 서울 예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김지미 이사장은 『지난달 출범한 영화진흥위원회는 위원 정족수 10명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불법이다』면서 자신은 위원 선임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또 이날 발표한 영화인협회 명의의 성명서에서 『위원의 자격요건과 기준이 영화진흥법 제8조에 분명히 명시되어 있고, 문화관광부의 위원 추천 기본원칙에도 정책총괄, 제작, 배급, 투자, 기술개발의 전문성을 중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인물들이 선임돼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명에서 지적하고 있는 비전문 인사는 삼성그룹 구주 본부장을 지낸 신세길 위원장등 몇몇 전문 경영인을 뜻한다. 그러나 이들이 반발하는 진짜 이유는 「충무로 포럼」 출신의 문성근 부위원장이다.
김 이사장은 이에대한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은 채 문 부위원장이 최근 대표직을사임한 충무로 포럼에서 지난 4월 20일 영화진흥위원 후보 모의투표를 실시한 행위를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영협은 문 대표 등을 상대로 경고조치까지 한 바 있다. 당시 충무로 포럼은 영화진흥위원에 젊은 피를 수혈해야 한다고 주장해 김지미등 원로급 영화인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이렇듯 김 이사장 등 구세력과 문 부위원장 등 신진세력 사이에는 영화진흥위 출범을 앞두고 깊은 불신의 골이 형성되고 있었지만, 어느 한 쪽의 손도 들어줄 수 없는 문화부가 이들 양 세력을 모두 감싸안는 위원 인선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의욕을 갖고 출범한 영화진흥위가 처음부터 내홍을 겪고 있어 충무로 안팎에서 우려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용웅 기자 YY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