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전 산업은행금융지주 회장의 야심작인 다이렉트 예금이 사라진다. 출시 1년여 만에 6조원 이상을 끌어당기는 등 은행 수신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이 상품은 결국 역사 속 기록으로 남게 됐다.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은 21일 산은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통합 산은이 출범하면 다이렉트 예금을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 산은은 내년 1월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홍 회장은 다이렉트 예금의 고금리 논란과 관련해서도 "현재 다이렉트 예금 금리를 낮춰 시중은행 금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이렉트 예금은 산은 민영화를 추진하던 강 전 회장이 산은의 자체 수신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내놓은 상품이다.
지점 수가 적은 산은의 약점을 보완하고 오히려 강점으로 바꾼 것이 특징이다. 지점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아껴 금리를 높이고 우체국과의 업무제휴를 통해 사실상의 지점 확대 효과를 냈다.
출시 이후 은행 수신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켰으나 감사원으로부터 '역마진' 경고를 받은 후 동력을 잃었다.
산은 관계자는 "다이렉트 예금은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산은 직원들이 직접 나가서 계좌를 개설하는 방식인데 통합 산은에서는 이 같은 영업을 더 이상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통합 산은은 앞으로 정책금융 강화에 방점을 찍고 소매금융을 줄여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다이렉트 예금까지 사라질 경우 산은의 수신 기반이 너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은행의 색깔이 완전히 변하는 상황은 더 이상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며 "사람뿐만 아니라 정책 측면에서도 '정치금융'은 조직과 금융산업 전반을 너무나 힘들게 한다"고 촌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