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식 순매수 행진에 원화 강세...엔화는 추가 부양 기대감에 약세
원·엔 환율이 900원대 붕괴(엔화 대비 원화 강세) 초읽기에 들어가며 ‘엔저 공포’가 다시 확산하고 있다. 국제유가 급락, 중국의 경기 둔화, 환율 변동성에 가뜩이나 휘청이는 수출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22일 오후 3시 현재 원·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원 9전 내린 100엔당 902원 98전(외환은행 고시 기준)에 거래됐다. 연중 최저치다. 이전 기록은 지난 10일의 906원 80전이었다. 이로써 원엔 환율은 2008년 2월 29일(895원 57전) 이후 7년 2개월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날 원·엔 환율 하락은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대규모로 매입했기 때문이다. 22일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7,1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2013년 9월 이후 1년 7개월 만에 최대규모다. 12거래일 연속이기도 하다. 이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원 80전 내린(원화 강세) 달러당 1,079원 60전에 장을 마쳤다.
반면 그리스 디폴트 우려가 계속되며 달러는 강세를 보였고 엔화는 이에 반응해 약세로 돌아섰다. 일본은행(BOJ)이 낮은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조만간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할 것이란 기대가 계속되는 점도 엔화 가치를 끌어내렸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은 “원화는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강세압력을 받고 있는 반면 엔화는 추가 약세 기회만 엿보고 있는 실정”이라며 “원엔 환율이 900원대에 근접한 만큼 800원대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900원선이 깨져도 당국의 개입 경계감 등으로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원·엔 환율이 900원대 붕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수출에 대한 우려는 더욱 확산하고 있다. 통관기준 올 수출은 3개월 연속 지난해보다 쪼그라들었으며 한국은행은 올해 전체 수출 총액이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기업 중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내는 기업(한계기업)이 열 개 중 4곳(39.4%)에 이르렀다. 2013년 33.3%에서 1년 새 5%포인트나 늘었다. 4년연속 이자도 못내는 기업은 10.1%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