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 3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내년부터 신흥국 경제가 크게 아시아, 동유럽·중동·아프리카, 중남미 등 세 권역으로 분화된 성장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경기둔화로 직격타를 입을 아시아 경제는 전반적인 부진이 예상되는 반면 중남미 지역은 역내 강국인 멕시코를 중심으로 올해보다 성장속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됐다. 동유럽·중동 국가들의 경우 경제위기에 직면한 러시아를 제외하면 무난한 행보가 예상된다.
우선 내년 전망이 상대적으로 가장 암울한 지역은 아시아다. 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내년에 낮은 인플레이션율과 경제성장률 부진 등 순환적 경기불황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역 내 경제적 영향력이 큰 중국의 수요위축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경기둔화 우려도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갖춘 아시아 국가들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산유국인 말레이시아는 유가 하락에 따른 수출가격 손실로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크레디트스위스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들은 내년 중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인상 전에 긴축정책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있어 경기둔화에도 부양책을 쓸 여지가 적다"며 "인도·한국·태국 정도만이 예외"라고 설명했다.
동유럽 및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러시아가 골칫거리다. 이 지역 경제성장률은 올해 2.2%에서 내년에는 1.8%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는 내년에 -1.5%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러시아의 영향 때문이라고 크레디트스위스는 내다봤다. 서방의 제재와 유가 폭락으로 러시아 경제는 산업생산부터 소비까지 모두 위축된 실정이다. 루블화 가치는 4일 현재(현지시간) 달러 대비 54.5108루블로 떨어지는 등 연일 사상 최저행진을 하고 있으며 그 결과 9%대의 높은 인플레이션율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 경제에 절대적인 원유와 천연가스의 가격 폭락으로 내년에도 순조로운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같은 러시아의 경제위기는 폴란드·체코·헝가리 등 대러 수출 비중이 높은 여타 동유럽 국가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다만 이들 국가는 올해 탄탄한 내수로 수출 부진을 어느 정도 상쇄하며 경제를 이끌어왔으며 이 같은 추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다.
반면 중남미 지역은 내년에 올해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됐다. 우선 멕시코가 정정불안과 저유가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기 호조를 등에 업고 성장률을 키울 것으로 예측되는데다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도 내년에는 플러스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유가 폭락에 따른 재정난으로 장기국채 가격이 급락하고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는 2,689.395로 세계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헤지펀드 채권자들과의 부채 재조정 문제로 7월 '기술적 디폴트'에 빠졌던 아르헨티나도 계속 협상 타결에 실패할 경우 자금조달 길이 막히면서 재정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고된 이들 국가가 내년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면서 이 지역 경제성장률은 올해 1.2%에서 내년 2.2%로 개선될 것이라고 크레디트스위스는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