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기관 대형화로 경쟁력 제고 의지/재경원 「합전법 개정안」

◎세제혜택 늘리고 절차도 대폭 간소화/불실기관 퇴출 겨냥 정리기준은 강화/휴직·해고 등 고용조정제 도입 노동계 반발 거셀 듯재정경제원이 2일 확정한 「금융기관의 합병및 전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골자는 크게 ▲각종 인센티브부여를 통한 금융기관간 합병 유도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정리·퇴출절차 마련 ▲고용조정제도 도입 등 3가지로 정리된다. 한마디로 지난 90년 마련된 현행 합전법보다 훨씬 광범위한 내용이다. 현행 합전법은 단순히 금융기관간 합병과 전환에 대비한 기본 절차만을 규정하고 있는 반면 이번 개정안은 금융기관이 망하는 절차와 종업원처리까지 담고 있다. 특히 종업원처리절차는 금융기관합병시 최대의 난점인 합병상호당사기관의 인원정리를 법으로 처리해 주겠다는 뜻으로 금융기관합병에 대한 정부의 추진의지를 보여주고 있다.여기에 법적용대상을 특수은행, 신용카드사, 할부금융사, 신기술금융사로까지 확대, 모두 14개 종류의 전금융기관이 개정법률의 적용을 받게했다. 그래서 이 개정안에서는 합전법의 명칭도 이전보다 훨씬 포괄적인 의미인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로 바꾼다는 부수규정을 두고 있다. 합전법 개정안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개정안이 신법 제정 만큼의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의미다. 재경원이 이처럼 새로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은 무엇보다 개방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국내금융기관의 합병을 통한 대형화가 더이상 미룰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을 대형화 시키되 부실기관은 과감히 정리, 금융산업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때문에 금융기관의 부실 여부에 따라 이번 개정안은 전혀 다르게 적용된다. 우량한 금융기관끼리 합병할 경우 지금보다도 혜택이 늘어난다. 각종 세제혜택은 물론 상법과 증권거래법의 특례를 두어 합병절차가 간소화된다. 지금까지 합병과 전환으로 다른 금융기관이 되는 경우 1년까지만 인정하던 기존 업무취급 기간이 고객과의 계약만료 시점까지 연장될 예정이다. 합병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유상증자 등의 혜택도 부여된다. 특히 전국을 영업구역으로 하는 은행끼리 합병하는 경우에는 증권, 보험, 종금사중 1개사를 자회사로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합병으로 인해 발생할 중복점포와 부서의 인원을 신규 설립 자회사에서 흡수해 인력운용의 효율성을 기하자는 배려로 평가된다. 반면 부실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정반대로 엄격한 정리·퇴출기준이 마련됐다. 부실기관의 종업원도 고용조정제도의 적용을 받게된다. 이와 관련, 재경원은 조기시정장치와 부실기관 정리·퇴출 절차를 연계해 운용할 생각이다. 우선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자기자본 비율 등에 따라 5∼6개의 기준으로 분류하고 일정기준 이하에 대해서는 각 금융감독기관 주관으로 조기시정조치가 내려진다. 그래도 결손이 누적, 채무가 재산을 초과하는 경우 부실금융기관으로 분류돼 3단계의 절차가 진행된다. 처음이 자체 정상화 추진. 자본금 증액, 보유주식 등 경영개선조치가 명령된다. 도저히 자체정상화가 어렵다고 인정되는 시점에 이르면 다음 단계로 합병, 영업양도, 제3자 인수 등이 권고·알선된다. 권고는 재경원, 알선은 예금보험공사 소관. 부실기관이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계약이전, 영업정지, 인가취소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재경원 관계자는 『마지막 단계는 사실상의 해산명령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재경원은 해산되는 금융기관에 적용할 세부적인 파산·정리절차도 마련할 방침이다. 금융기관이 앞으로 대규모 기업의 도산이나 부도를 안게될 경우 더이상 버틸수 없게 되는 셈이다. 부실기관을 인수하는 금융기관은 세제, 자금지원 뿐 아니라 인원감축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계획이다. 직급조정, 배치전환, 파견, 전직, 휴직, 해고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고용조정제도가 도입되는 것. 부실기관 종업원들에게만 적용될 이 제도는 노동계에서 논의중인 정리해고제와 같은 맥락으로 국회통과 과정에서 노동계의 반발과 논란이 예상된다. 재경원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강한 집념을 보이고 있다. 재경원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금융산업 선진화, 경쟁력 배양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라며 『일부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이번 법률안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론 수렴과정을 거친 후 법을 만드는 통상적인 절차와 반대로 골격을 제시한 후 공청회를 열게 된 것도 재경원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권홍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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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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