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퇴출금융사 임직원에 손배소] 반대-자유기업센터 박양균

일부 학자들과 시민단체는 이번 조치로 인해 임직원들의 책임경영이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책임경영이 강화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여기에서는 예금공사가 취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어떤 회사가 부도날 기업이고 성공할 기업인지 사전적으로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업이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무구조가 튼튼하고 기술력이 좋은 기업일지라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제공하지 못하거나 값비싼 제품을 제공한다면 그 기업은 오래가지 않아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기업이 성공하려면 소비자들의 기호를 잘 파악하고 그들이 원하는 싸고 좋은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둘째, 부실대출 여부를 사후적인 결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예금공사의 퇴출금융기관 조사 결과를 보면 부실기업에 대한 대출이 85.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기관의 대출은 각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심사기준 즉, 신용평가, 사업성검토, 여신규모, 신용 리스크 등에 의해 결정된다. 부실기업에 대출해 줄 경우 그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각 은행의 임직원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망할게 확실한 부실기업에 대출을 해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부실기업으로 결정된 기업들은 그 당시 대출심사기준으로 볼 때 부실기업이 아니었을 것이다. 셋째, 예금공사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검찰의 수사결과를 뒤집는 결정이다. 검찰은 지난 1년간 C은행 부실대출에 대한 조사 결과, 부실대출에 대해 무혐의 판결을 내렸다. 이러한 검찰의 수사 결과는 대출이 불법행위가 아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예금공사의 이번 조치는 공적자금 보전이라는 명목으로 검찰의 수사결과를 전면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대출심사와 같은 경영판단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판사는 경영진에 비해 사업이 무엇인지, 경영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또 시장환경이 어떻게 변화하는 지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따라서 법관들이 경영판단에 대해 결정을 내릴 경우 성공한 사업은 잘한 판단이고 실패한 사업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 법원은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외이사로 구성된 특별소송위원회에서 경영판단에 대한 소송여부를 판단하며, 경영판단이 아니라고 인정한 사건에 대해서만 법원이 개입한다. 다섯째, 사회적으로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예금공사의 부실심사 결과처럼 사후적인 결과만 보고 부실대출 여부를 판단한다면 각 금융기관은 대출을 해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대출을 해주더라도 그 조건은 매우 까다로우며 많은 담보를 요구할 것이다. 여섯째, 외부압력에 의해 대출을 했을 때 이에 대한 책임을 경영진만 부담해야 하는가이다. 과거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정치권으로부터 많은 간섭을 받아왔다. 즉, 관치금융으로 인해 부실대출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정치권과 결탁하여 부실대출이 이뤄졌을 경우 담당 임직원이 책임을 부담해야 하며 또한 압력을 행사한 사람들도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퇴출금융기관의 임직원에게 무제한의 재량권을 인정하여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새로운 법과 제도를 도입하려 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은 비용과 편익을 고려해야 한다. 퇴출금융기관의 임직원에 대한 책임 여부는 단순한 실수나 부주의가 아닌 고의적인 사기나 중과실, 횡령, 배임 등의 불법행위에 대한 것으로 한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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