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與, 지도부 새판짜기 시동 본격화<br> 野, 정책연대 싸고 노선투쟁 예고

한ㆍEU FTA 국회 통과 후 정국전망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한나라당의 단독 처리 아래 통과했지만, 사안의 폭발력이 컸던 만큼 여야에 여파가 강하게 남는다. 한나라당은 권력구도 재편을 앞두고 다소간 결속을 회복했다. 민주당은 비준안 처리에 응하지 않아 명분은 확보했지만 향후 야권연대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배웠다. ◇與, 쇄신 앞세워 지도부 새판짜기 본격 시동=한나라당은 김무성 원내대표가 강행 처리를 밀어붙이면서 4ㆍ27 재보선 패배 후 떨어진 조직력을 다소나마 회복하게 됐다. 임기 내 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켜 후임 원내대표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포석이다. 하지만 7월 발효까지 시간이 있음에도 결국 단독 강행 처리를 ‘선택’하면서 좋지 않은 선례를 다시금 남겼다. 한나라당으로선 당장 현안을 해결한 만큼 비대위 구성과 차기 원내대표 선출 등 당내 권력구도 재편에 더 관심을 집중할 형국이다. 당장 정두언 최고위원은 5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당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지도자들이 모두 나와 당을 실세화해서 국민들의 주목을 받고 당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박근혜 전 대표와 이재오 특임장관을 겨냥했다. 수도권 초ㆍ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쇄신 모임이 전당대회에 독자 후보를 낼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당내 주류와 비주류의 대리전이 된 원내대표 선거도 변수다. 소장파와 친박근혜계가 친이명박계 주류에 대해 얼마나 큰 힘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앞으로 있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진 김 원내대표의 행보도 주목된다. 지난 1년간 민주당과 원내대표간 긴밀한 대화와 타협을 보여줬고, 예산안과 한ㆍEU FTA를 처리하면서 뚝심도 보여줬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각별한 신임도 얻으면서 ‘신주류’로 자리를 굳혔다. ◇野, 연대 험로 예고 속 노선투쟁 치열할 듯=여당의 단독 처리가 협상을 주도했던 박지원 원내대표에게는 상당한 손실이다. 박 원내대표로선 재임 동안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당권 도전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암초를 만난 셈이다. 지난달 29일 여당이 비준안을 강행 처리하려던 것을 막고 여야정 협의로 내놨던 대책도 여당의 단독 처리로 무위로 돌아갔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어렵게 합의된 SSM(기업형 수퍼마켓) 규제법과 농어민지원법은 실종됐다”며 “선명함도 민주당의 정체성이지만 소상공인과 농민을 보호하는 것도 민주당의 정체성”이라고 아쉬움을 밝혔다. 게다가 합의를 번복하는 과정에 손학규 대표와 다소간 온도차까지 드러낸 것은 손실로 남았다. 정동영ㆍ천정배 최고위원 등 당내 비주류는 이번 일로 존재감을 다시금 알렸다. 여야정 합의 번복을 끌어내는 뚝심을 보여주면서 만만찮은 힘을 보여줬다. 전날 본회의에서 반대토론을 하자는 데 대해서도 “들러리 설 이유가 없다”며 보이콧을 주도했다. 이들은 앞으로 한ㆍ미 FTA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야당으로서 정체성이 걸린 것으로 보고, 선명성을 바탕으로 한 노선투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ㆍEU FTA의 비준을 막아내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는 힘들다. 한ㆍEU FTA의 통과 과정은 앞으로 정책 연대 등 야권연대가 험난할 것임을 알리는 예고편이기도 하다. 민주당ㆍ민주노동당ㆍ진보신당ㆍ국민참여당 야4당이 한ㆍ미 FTA를 비롯해 비정규직, 복지 증세 등 계속될 정책 현안에서도 순조롭게 연대를 이룰지 미지수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도 “야4당간 신뢰 회복이 중요하게 됐다”고 어려운 상황임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야권 단일정당 운동을 벌이고 있는 김두수 사회디자인연구소 상임이사는 “야권이 연대하면서 다양한 의견들을 설득하고 통합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 깨달았을 것”이라며 “야권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더 느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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