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농업 부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은 기상이변이나 곡물파동 등 위험요인이 크게 증가된다는 점이다.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이 세계식량시장의 불안정성을 증대시키고 식량수입국가는 물론 세계 경제에 큰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 곡물과 원자재가격 상승에 편승한 투기자본이 농산물 시장불안을 부추기고 있어 이제는 '식량의 무기화'를 넘어 '식량의 투기화'가 되고 있다.
농산물시장 불안은 농업위기를 가져오고 농업위기는 경제위기와 겹쳐 국가 간 분쟁을 야기하고 세계경제를 교란시키기도 한다. 기후변화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심각한 우리나라에서 이미 여름철 고랭지 '배추파동'을 겪었고, 겨울 월동배추도 이상한파로 생산이 급감하고, 구제역 파동과 같은 위험요인도 증대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와 위기가 향후 지속될 것이라 전망된다는 데 있다. 많은 학자들과 연구기관은 밀ㆍ콩ㆍ옥수수ㆍ쌀 등 주요 곡물가격은 향후 수십 퍼센트에서 수백 퍼센트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고 올해부터 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기온과 강수량 변화, 사막화, 한파 등 기후변화와 가축질병 등 위험요인은 이제 피할 수 없으며 이에 대응한 위험관리방안 구축이 시급하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태풍ㆍ냉해ㆍ병해충ㆍ가축질병 등 농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위험유형을 기준으로 위험관리 정책수단을 제시한 바 있다. 위험 사전예방, 위험 영향 완화, 위험 극복 등 여러 유형별로 정부와 개인 역할을 제시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농업 분야는 전통적으로 기온ㆍ강수량 등 기상여건에 크게 의존하고, 병해충이나 가축질병 등 위험요인이 상존한다. 최근에는 위험요인이 다양화되고 예측하기 어려우며 대형화되는 특성이 있다. 이런 때일수록 작은 위험요인을 예측하고 대형 재해로 확대되는 것을 막는 전략이 필요하다. 재해예방과 관련한 1:29:300의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1건의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29건의 가벼운 재해가 있고 그 전에 300건의 작은 실수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농업 분야에도 크고 작은 위험요인과 재난이 수없이 많으며 언제든지 올 수 있다.
위기 징후를 미리 포착하지 못하거나 과거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위기관리의 핵심이다. '실패학'의 창시자인 하타무라 요타로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는 '모든 실패에는 귀중한 지식이 숨어 있다'면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성공과 발전의 과정에서 벌어진 실패는 용서할 수 있는 실패'라고 했다.
자유무역이 본격화돼 사람과 물건의 이동이 늘어남에 따라 기상재해ㆍ병해충ㆍ가축질병 등 타국의 위험요인이 국내에 전파될 가능성도 커진다. 올해 농정의 핵심과제가 '농어업분야 위기관리 강화'이며 '위기대응 농업'이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