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찌든 공기와 스트레스를 벗고 본래의 내 모습을 찾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은 가봐야죠."
오는 5월2일부터 닷새 동안 경남 하동군 일대에서 열리는 제17회 하동야생차문화축제의 명예대회장을 맡은 김성훈(73ㆍ사진) 전 농림부 장관을 최근 서울 인사동의 한 찻집에서 만났다.
하동야생차문화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10대 축제 중 하나며 4년 연속 대한민국 최우수 축제로 선정된 지방자치단체 대표 축제다. 특히 쌍계사 근처 화계면에는 신라 흥덕왕 3년(828년) 김대렴이 중국 항저우에서 씨를 가져와 왕명으로 야생차를 심은 차시배(茶始培) 추원비(追遠碑)가 있어 우리 차문화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환경정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 대회장은 "1,000여개가 넘는 지자체 주관 축제 중 열 손가락에 꼽히는 명품 축제"라며 "차 전문가(茶人)와 관광객이 높은 지리산에서 흐르는 맑은 시냇물 소리를 배경으로 1,000년간 지리산 자락에서 자란 야생차의 그윽한 향기를 음미하며 마음의 여유와 풍요로움을 회복할 수 있는 그야말로 심신 정화를 위한 최고의 여정"이라고 축제 알리기에 나섰다.
올해는 국내 차 전문가들이 대거 참가해 축제가 더욱 풍성해졌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까지는 명원문화재단이 단독으로 축제를 이끌었는데 올해는 한국차인연합회ㆍ한국차문화협회 등 주요 차 관련 단체들이 많이 참가해 볼거리가 다양해졌다"며 "특히 섬진강변 야외에서 열리는 '섬진강 달빛차회'와 어르신들의 건강을 염원하는 '차수연회(茶壽宴會)' 등 우리 차문화의 품격을 맛볼 수 있다"고 자랑했다.
전남 무안군 출신인 김 전 장관은 1963년 서울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EWC하와이대 대학원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받은 뒤 중앙대 교수ㆍ부총장을 역임하고 1998년 제50대 농림부 장관과 경실련 공동대표, 상지대 총장을 거쳐 현재 환경정의 이사장과 중앙대 명예교수로 있다.
축제에서 장보고와 차 재배의 원류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에 참가하는 그는 "장보고 상단이 중국 장쑤성(江蘇省)ㆍ저장성(浙江省) 등으로 항로를 확대 개척한 덕분에 차씨를 들여올 수 있었다"며 "바다와 멀지도 가깝지도 않으면서 억수비가 아니라 보슬비가 내리고 날씨가 춥지 않은 하동이 항저우와 환경이 비슷해 처음 이곳에 차를 심었다"고 장보고 상단과 차 시배지 선정의 상관관계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야생차는 재배한 차와 달리 자연에서 그대로 채취해 잔류농약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중국에서 수입되는 다양한 차 중에는 아직 공식적으로 검증된 것을 구하기 어려워 짝퉁을 구입하기 쉽다. 그런 걱정 없는 우리 야생차는 건강을 지키는 웰빙음식"이라고 했다.
커피가 차를 대신해 대중적으로 퍼진 게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과거에는 명망 있는 고승이나 사대부들이 즐기던 게 차문화였지만 이제는 관심만 있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ㆍ보편화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대신 차를 마시기보다 지나치게 격식을 따져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하면서 "엄격한 다례는 임진왜란 당시 우리의 차문화가 일본으로 건너가 거친 사무라이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선(禪)과 차를 연결해 다례를 지나치게 격식화한 게 되돌아온 것"이라며 "너무 격식에 매이기보다 차를 즐기려는 마음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