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銀 합병, 어떤 파장 미치나
국민ㆍ주택은행의 22일 전격 합병발표 선언은 노조의 파업과 함께 극렬한 반발이 거듭되고 있는 가운데 전격적으로 단행된 것이어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다.
두 은행의 합병은 국내 처음으로 세계 60위권 은행 탄생이라는 점에서 국내 은행산업에 슈퍼은행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로 풀이된다.
아울러 한빛은행을 주축으로 한 정부 주도 금융지주회사와 하나ㆍ한미은행 등 다른 은행의 통합 구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외환은행이 지주회사에 포함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노조의 엄청난 반발을 무마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있고, 특히 정부의 밀어부치기식 합병의지가 지나치게 작용한 흔적이 역력해 두 은행의 최종 합병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신호탄 울린 슈퍼은행 만들기
국민ㆍ주택은행은 자산이 167조원에 달해 세계 60위권에 든다. 자기자본도 6조2,473억원으로 국내 최대 수준이다. 정부가 꿈에도 그리던 초대형 은행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직원수와 점포수 등은 오버뱅킹의 극단적 예다. 직원수는 1만9,905명ㆍ점포수는 1,141개다. 두 은행장은 합병을 하더라도 점포나 강제 인력 감축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대규모 점포폐쇄가 예상되는 이유다.
합병은행은 선언후 100일안에 모든 변화를 마무리지을 예정이다. 신규 사업 진출부분 등도 이 기간중 확정지을 예정이다.
보험과 증권 등이 우선 진출 부분이다. 명실상부한 종합금융, 즉 유니버셜뱅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다른 은행 통합구도 급류
정부 주도 금융지주회사도 금명간 설립작업을 거쳐 내년 3월 정식 출범한다. 금융노조와 협상을 마무리지은 만큼 걸림돌도 제거됐다.
외환은행도 더 이상 선택할 수가 없다는 점에서 금명간 지주회사 편입을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내 슈퍼뱅크 두 곳을 만들겠다는 정부 의지가 현실화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다른 우량은행 통합에 자극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ㆍ한미은행 합병도 이제 기정사실화됐다. 두 은행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노조 강력반발, 합병선언 후유증 클 듯
두 은행 노조는 이제 막 파업을 시작했다. 따라서 이날 선언은 결국 노조의 반발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전격적인 합병선언에는 정부의 압력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혁 후퇴 여론에 당황한 정부가 전격적인 합병선언을 하도록 뒤에서 밀었다는 후문도 들린다.
노조로선 자율합병 원칙이 훼손됐다고 주장할 수 있고, 두 은행 노조는 강하게 저항할 것으로 보인다.
합병 후유증이 엄청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연말, 연초까지 장기파업도 예상할 수 있다. 물리적 충돌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노조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방법은 경찰력 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점포내 농성 등으로 고객들의 불편도 장기화하고 기업들의 자금난도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차피 합병을 결정하려면 파업이 시작된 지금 단행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분석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빠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김영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