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행사·나들이 자제… 휴일 전국이 애도 물결

■ 여객선 침몰 대참사

놀이공원 등 찾는 발길 줄어 단체회식 예약 취소 잇달아

종교계도 행사 대신 기도회

쪽지에 담긴 무사귀환 염원, 20일 오후 경기 안산시 중앙역 앞에서 한 시민이 세월호 침몰사고로 실종된 단원고 학생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시민들의 메시지를 담은 쪽지를 보며 걸어가고 있다. /안산=권욱기자

진도 앞바다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 사고 당한 이후 첫 번째 휴일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는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20일 낮 기온이 크게 오르며 전국 각지에서 나들이하기에 좋은 날씨였지만 놀이공원 등 오락시설을 찾는 방문객들의 발길은 눈에 띄게 줄었다. 불교계와 산업계도 예정된 행사를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등 전국 각지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차분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관광업계에 따르면 19일 오후 4시까지 용인 에버랜드의 입장객은 3만여명에 머무르며 전 주(4만5,000명)의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날씨가 좋은 봄날 주말에는 통상 4만∼5만명은 공원을 찾는다"며 "여객선 침몰사고의 여파로 애도 분위기가 형성되며 평소보다 입장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서울대공원 입장객도 2만5,000명으로 전주 토요일(3만2,800명)보다 24% 감소했다.


전국의 관광지로 향하던 상춘객들의 발걸음도 뚝 끊겼다. 코레일에 따르면 16일 사고 이후 4∼5월 출발 예정인 관광열차 중 벌써 6건이 운행을 취소했다. 코레일은 "통상 관광열차 한 회 당 430명이 탑승할 수 있으니 해상 여행 뿐 아니라 육로 여행에서도 단체 여행객이 급감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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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의 오피스타운에서는 직장인들이 단체 회식을 꺼리면서 종로 음식점 등이 타격을 입고 있다. 종로의 한 오리고깃집 사장은 "16일 사고 이후 매일처럼 지속되던 단체 회식 손님이 뚝 끊겼다"며 "예약 취소가 늘어나는 가운데 회식을 위한 단체 예약 건수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의 대기업들이 임직원들에게 골프나 음주를 자제하라고 유도하면서 평소 주말보다 일찍 문을 닫는 술집들이 눈에 띄게 늘었고 주말 골프장들도 한가한 모습이었다.

내달 6일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있는 불교계는 봉축행사를 잇달아 취소하고 실종자들을 위한 무사기환을 기원원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전국 시ㆍ도ㆍ군의 불교연합회도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날 부활절을 맞이한 전국 교회와 성당에서도 세월호 희생자들과 가족을 위한 추모 예배가 이어졌다. 염수정 추기경(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은 이날 오후 2시 가회동성당에서 봉헌된 '부활 대축일 미사'에서 세월호 사망자와 실종자들을 기억할 것을 요청하며 신자들과 함께 기도했다. 오전 5시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부활절 연합예배에서는 본 예배에 앞서 세월호 침몰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과 실종자 귀환을 비는 특별기도를 마련했다.

SK텔레콤이 연예인이 등장하는 일부 통신서비스 광고를 중단하는 등 주말 TV 방송도 한결 차분해졌다. 홈쇼핑 업체들은 주말 편성의 핵심 프로그램 중 하나인 여행상품 방송을 전격 취소하는가 하면 방송 중 웃고 떠드는 상황을 최대한 자제하는 등 진행자들의 방송 멘트나 표현 등에까지 최대한 신경을 쓰고 있다.

반면 예정된 주말 특별 행사를 강행한 지자체들은 인터넷 등을 통한 비난 여론에 시달려야 했다. 이날 제15회 이천도자마라톤대회를 진행한 이천시 홈페이지에는 "부끄럽다. 자숙해야 옳았다" 등의 의견이 종일 쏟아졌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피해자의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지며 사회적인 애도 분위기가 형성돼 전국이 차분한 휴일을 보냈다"며 "마냥 아파만하기 보다는 처리해야 할 과제와 개선방향을 찾는 노력에 사회적인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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