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근로시간 단축 앞서 연착륙 환경부터

새누리당과 고용노동부가 주당 최대 근로시간(현행 68시간)을 오는 2016년 대기업부터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주 16시간까지 가능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주 12시간)에 포함해 세계 최고 수준의 장시간 근로문화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일자리를 늘려 박근혜 대통령 임기 중 고용률 70%를 달성하고 삶의 질까지 높이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이나 신중할 필요가 있다. 노사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자칫 노사갈등과 기업의 인건비 부담만 키울 수 있는 탓이다.


근로시간이 줄면 생산량이 축소되는 게 일반적이다. 설비투자 없이 시간당 생산량을 늘리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만큼 임금도 적어지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근로자, 특히 노조의 힘이 세고 재정적 여력도 있는 대기업 근로자들은 근로시간이 줄더라도 임금은 깎이지 않기를 원한다. 올해 주간연속 2교대제로 바꾸면서 근로시간이 줄어든 현대자동차 노조가 휴일근로를 거부하며 실력행사에 나서 임금을 지켜낸 게 그 예다. 성급한 근로시간 단축정책은 노사갈등만 첨예하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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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근로는 유연성이 떨어지는 우리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일부나마 보완해주는 기능을 해왔다. 휴일ㆍ연장근로 시간이 줄면 경기나 계절을 많이 타는 업체들, 특히 중소기업들은 일감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단을 잃게 된다. 지금도 일손을 구하기 힘든 중소기업들은 구인난이 심해져 인건비 부담과 함께 이중고를 겪을 게 뻔하다. 이는 전체적인 원가상승과 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늘려주는 정도로는 이를 만회할 수 없다. 정부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근로시간 단축으로 늘어날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처우보장과 4대보험 적용, 설비투자 지원에 나서야 하는 까닭이다.

3년 전 노사정위원회는 2020년까지 근로시간을 점진적으로 줄이자고 합의했다. 당정은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목표에 얽매여 노사정 합의도 없이 근로시간 단축을 성급하게 추진해서는 곤란하다. 당초 시간표와 기업들이 큰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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