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리 3%대 진입 향방 갈림길에

(下ㆍ끝) 2가지 시나리오 장기채권금리가 하루짜리 콜금리 수준을 맴도는 이상 현상은 여러 측면에서 앞으로의 우리 경제를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시나리오는 두가지. 불황이 이어질 경우 저금리가 지속되고 부동자금이 더욱 늘어나 산업자금으로 선순환하지 못하는 왜곡된 자금시장구조가 고착화될 것이다. 반대로 경기회복이 앞당겨져 채권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금리체계가 정상을 되찾을 수도 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후자쪽의 예측으로 기울어져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금리급등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 2001년 4ㆍ4분기와 지난 해 1ㆍ4분기에 걸친 채권값 폭락 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자금 늘고 자금 흐름 편중=지표금리(국고채 3년물)가 콜금리 수준까지 근접면서 투자할 곳을 잃고 떠도는 돈이 늘어나고 있다. 저금리는 저축심리를 떨어뜨린다. 장기채권이나 만기가 긴 예금을 꺼리고 단기상품만 찾게 돼 부동자금이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면 이 때쯤 다시 장기채권 가격이 떨어져야 하는데(금리 상승),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경기가 쉽게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이 수그러들지 않아 국채로만 돈이 몰리고, 기관투자가들이 3년짜리 국고채로 `단타(초단기매매를 통한 수익실현)`를 치는 등 국채시장이 투기장으로 변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장ㆍ단기 금리구조는 지난해 12월말부터 6개월째 계속 심화돼왔다. 만약 한은의 예측과 달리 경기가 회복국면으로 돌아서지 않을 경우 자금은 `안전자산`으로만 맴돌고 불황은 지속되는 악순환구조로 굳어지게 된다. ◇ 거품 빠져도 금융시장 혼란 불가피=반대로 경기가 회복되면서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는 시나리오로 돌아설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도 시장내부의 혼란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001년9월 한국은행은 `9ㆍ11 테러`로 인한 세계적인 경제쇼크에 대응해 긴급 회의를 열어 0.5%포인트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8월에도 0.5%포인트를 인하해 두 달 동안 1%포인트나 내린 것이다. 그러나 한 달도 안돼 주가가 급등하고 경기가 급상승 커브를 그리자 금리도 그 해 10월 중순부터 겉잡을 수 없이 오르기 시작했다. 결국 한은은 11월들어 국채를 직접 사들여 물량을 회수함으로써 금리 상승을 막는 극약처방을 써야만 했다. 그러나 금리는 잡히지 않아 다음 해(2002년) 4월9일 국고채 3년물금리가 6.58%까지 치솟았다. 2001년10월9일 4.38%에서 6개월만에 국채가격이 50%(2.2%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일반인들이 체감하는 것에 비해 금융시장의 혼란은 대단했다. 비정상적으로 비싸진 국채의 거품이 급격히 빠지면서 손실을 본 다수의 기관들은 한동안 채권시장에서 우왕좌왕했고, 이로 인해 보이지 않는 비용이 엄청났다. 정부와 한은의 예측대로 하반기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 시장은 채권값의 거품이 빠지는 데 따른 또 한차례의 혼란을 겪게 될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뒤틀린 구조가 바로잡히는데는 어차피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ㆍ하락기로=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다음 달 경제 흐름을 보면 대략 자금시장과 금리의 변화도 가닥을 잡게 될 것”이라며 “하반기 시작을 앞둔 현 시점을 일종의 분기점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회복-금리상승-채권시장 거품붕괴`의 흐름으로 반전하느냐, 아니면 `불황지속-저금리지속-자금흐름 편중`의 기조가 이어지느냐의 갈림길에 와 있다는 것이다. 투신사의 한 채권딜러는 “지표물(3년물 국고채)을 사들여 잔뜩 쥐고 있지만 7월 초순에는 매도 타이밍을 찾을 것”이라며 “경기를 낙관할만한 구체적인 징후가 드러나면 매도 물량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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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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