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따로국밥식 교육정책


지난 10일 서울 지역의 2011학년도 후기고 배정 결과, 중3 학생 8만3,000여명의 86.4%가 원하는 학군으로 배정됐다. 고교선택제 도입 첫해였던 지난해(84.2%)보다 소폭 상승한 수치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13.6%에 해당하는 학생은 지망하지 않은 학교에 배정 받았다는 의미도 된다. 1만명이 넘는 학생이다. 특히 이 중 182명은 1ㆍ2지망에서 본인이 원하는 학군에 배정받지 못해 집에서 떨어진 인접 학군으로 강제 배정받았다.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고교선택제'에서 오히려 학생이 '선택받지 못한 자'가 된 셈이다. 물론 지원학군 배정률이 상승했고, 강제배정 인원 역시 지난해 325명에서 크게 줄어든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래도 원하지 않던 학군으로 배정된 학생들이 있지 않느냐'며 딴죽 걸 수만은 없다. 그러나 배정 과정에서 나타난 교육당국의 '따로국밥식 엇박자'가 학생들에게 어떤 피해를 주었는지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강제배정과 관련해 "일부 학군은 지원 학교 부족으로 인접학군 배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서울지역에서 13개 학교가 자율고로 전환하면서 해당 학군의 후기고 지원 선택지가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동대문구와 목동은 지난해 몇몇 학교가 자율고나 자율형공립고로 전환하면서 남학생이 지원할 수 있는 학교가 각각 단 한 곳뿐이기도 했다. 교과부는 무차별식 자율고 확대로 '사상 최악의 미달 사태'를 초래하고, 교육청은 제도 보완 없이 지난해와 똑같은 방식으로 배정을 진행하면서 문제를 키운 것이다. 단위 학교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좋은 취지도 다른 제도와의 조화와 효과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혼선만 초래할 뿐이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의 따로국밥식 정책 추진 속에서 피해를 보는 건 학생들이다. 시교육청은 6월께 고교선택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 존폐 여부나 수정 방침을 발표할 계획이다. 부디 수정된 배정 방침에서는 제도 간 충돌로 역효과가 발생하는 일이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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