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부자증세 논란을 보면서


최근 부자증세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정치권은 과세 형평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고소득층에 세금 부담을 높이자며 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부에서는 워런 버핏 등 세계 부자들의 예를 들면서 왜 우리나라 부자는 세금을 더 내겠다고 하지 않느냐고 한다. 필자는 부자증세를 다루는 데 있어 두 가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최근 부자증세 주장은 고소득층의 부담을 높이기 위해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구간의 세율을 조정하자는 것으로 현행 소득세제를 일부 바꾸자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각종 공제 및 비과세ㆍ감면으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소득자가 많은 현실을 그대로 둔 채 특정 계층에만 과세를 강화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는 자영업자에 대한 부가가치세와 주식 양도차익 과세, 금융소득종합과세, 상속ㆍ증여세 등과 같이 검토돼야 한다. 일부분만을 손보기보다는 관련 세제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균형 있는 개편 방안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부자라는 특정 계층에만 조세 부담을 높이려는 부자증세 주장은 자칫 계층 간 갈등을 조장하고 포퓰리즘으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 이미 감세를 내세워 표를 얻는 데 재미를 본 정치권이 지금은 모양이 좀 다르지만 여전히 표를 의식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세제 개편은 세수뿐 아니라 경제와 사회, 국민 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세제는 나라살림의 기틀이다. 표를 의식한 이념적 정쟁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되며 또 그 개편 논의도 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세제 개편이 이념적 정쟁의 대상이 된 적이 있었다. 지난 대선 직전인 2007년 당시 정부는 조세제도 전반에 대해 개혁의 큰 틀을 짜기 위해 각계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조세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정치권의 정쟁과 증세를 반대하는 언론 등에 밀려 조세 개혁 논의는 공개토론 한 번 못하고 좌초되고 말았다. 부자증세 논란은 우리에게 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진 것이다. 부자증세를 넘어 세제 전반에 대한 폭넓은 개편이 논의될 수 있다면 지금의 논란은 우리 사회에 긍정적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우리의 현행 세제는 해마다 손질돼왔지만 과세 불평등 등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또 당면한 복지재원 확충과 재정 건전성 제고는 물론이며 앞으로 다가올 저출산ㆍ고령화ㆍ저성장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세제 전반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 내년 대선의 해에 세제 전반에 대한 개편이 논의되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대선을 앞두고 복지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을 때 복지재원을 어떻게 확충할 것인가도 함께 논의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내년에는 2007년과 다른 모습의 세제 개편 논의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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