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반정부시위가 격화되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도 곤두박질치는 등 금융시장이 극도의 불안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터키 정부의 최고책임자들이 이번 시위 대응방안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하며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터키 전역에서 시위자들과 경찰이 다시 충돌했으며 이스탄불에서 첫 공식 사망자가 발생했다.
터키의사협회는 이스탄불 윰라니예 지역에서 한 차량이 정지경고를 무시하고 시위를 하던 사회주의연대회원들을 들이받아 메흐메트 아이발르타쉬(20)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압둘라 메르트(22)가 안타캬시에서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등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적으로 반정부시위에 10만명 이상이 참여했으며 3,0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노조원 24만명이 소속된 터키 공공노조연합(KESK)은 무력진압에 항의하는 파업을 5일까지 실시할 예정이다.
시위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터키증시도 폭탄을 맞았다. 3일(현지시간) ISE100지수는 하루 만에 10.47% 폭락하며 7만6,983.66를 기록, 최근 10년 중 가장 큰 일일 하락폭을 나타냈다. 시위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5월22일 9만3,178.87까지 올랐던 데 비하면 열흘여 만에 20%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터키 리라화도 하락세를 면치 하고 있다. 리라 가치는 3일 장중 한때 2% 가까이 하락한 달러당 1.8859를 기록, 2011년 12월의 1.9219에 바짝 접근하며 17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리라화는 지난달 대비 4.6% 하락했다. 2년짜리 국채금리는 하루 만에 0.71% 오른 6.78%를 기록하는 등 극심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무라트 우세르 글로벌소스 파트너스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터키 경제성장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면서 금융위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반정부시위가 연일 확대되고 있지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모든 사태는 해결될 것"이라며 "시위 사망자가 발생한 것도 극단적인 시위자들이 자초한 일"이라고 밝혔다.
반면 압둘라 귈 터키 대통령은 "표현의 자유는 그 어떤 것보다 존중돼야 마땅하다"며 시위자들에게 평화적인 태도를 취할 것을 권고, 시위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터키는 현재 총리 중심의 내각책임제와 내각을 견제할 수 있는 실질적 대통령제를 병행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첫 대통령 선거를 치르며 대통령중심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내년 대선에서 에르도안 총리와 귈 대통령이 모두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귈 대통령이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시위가 차기 권력구도 재편시기와 맞물리면서 장기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터키 경찰의 과잉대응에 우려를 표한다"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