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1불 1,000원 시대 눈앞… 업종별 현황은

◎업체마다 “장사잘해도 적자” 울상원화환율이 달러당 1천원을 향해 가파른 상승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환차손으로 올해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울상이다. 더구나 업계는 『이제는 경영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면서도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업종별로 환율급등에 따른 득실, 달러당 1천원시대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종합상사­수출입계약 지연 등 환율상승 파장 심각 ◇종합상사=『1달러당 9백50원이든 1천원이든 마찬가지다. 환율에 대한 적응력을 기르는 것 외에 특별한 대책이 없다.』 종합상사들의 입장이다. 「환율상승=수출증대」라는 등식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최근 상황에서 그동안 추진해온 체질개선을 어떻게 하느냐가 생존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상사들은 달러당 1천원 시대에서는 단순 수출입으로 살아 남을 수 없다고 말한다. 신사업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마땅한게 없다는게 고민. 당장 수출입계약 체결이 지연되고 해외바이어들이 수입오더를 취소하며 단가인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국내 총수출의 15%를 차지하는 동남아지역의 통화위기로 이들 국가 대부분이 이미 구매력를 상실했고 경쟁국인 일본의 엔화가치 하락도 원화환율 상승에 따른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자동차­“수출 유리” 전망불구 해외선 값인하 요청 ◇자동차=일단 수출에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현지가격인하 여유분이 발생해 차량가격을 내리거나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해 가격경쟁력을 개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출이 대부분 물량위주로 이뤄지고 부품수입 의존도가 높아 당장 수출이 늘어나도 재무구조 개선에는 도움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해외딜러들은 벌써 가격인하 요청을 하기 시작했다. 대우자동차 최석무수출영업기획팀장은 『일본업체들이 그동안 엔저를 기회로 가격인하를 단행해 어려움을 겪어온 딜러들이 현재의 환율기조가 계속된다면 가격을 깎아줘야 되는 것 아니냐고 타진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업체들은 통상 수출가격을 7월을 전후해 확정하는데 환율폭등에 따른 여유분을 당장 수출가격에 적용하는 것은 보류한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내수시장은 기름값 인상 등에 따라 더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원자재 수입에 의존 전기로업체 “무대책” ◇철강=철광석과 고철, 유연탄 등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 환율폭등이 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고철을 절반이상 미국 등에 의존하고 있는 전기로업체들은 뾰족한 대책이 없다. 포항제철은 철광석과 유연탄 등 원자재의 수입액이 연간 40억달러에 달하지만 철강제품 수출액 역시 연간 40억달러 수준을 유지, 어느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다. 포철은 환율급등에 따라 올해 1천5백억원 가량의 원가부담 상승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잠정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로업체들은 생산제품의 90% 이상을 내수에 의존하는 반면 원자재인 고철은 수요량의 절반 이상을 수입, 막대한 환차손을 입고 있다. 인천제철과 동국제강은 연간 고철수입액이 5억∼6억달러선이며 제품수출액은 1억달러 수준에 불과, 그 차액만큼을 고스란히 손해보고 있는 셈이다. 현재 고철가격은 톤당 1백54달러선으로 올해초 1백60달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환율급등의 영향으로 실제 부담은 1백60달러를 넘을 때와 다름이 없다는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섬유­내년 예산편성 곤혹 설비증설 포기 검토 ◇섬유=수출의존도가 높아 일단 환차익을 보고 있다. 그러나 원자재 수입부담이 크고 외화부채 원리금 부담이 크게 증가, 전체로는 마이너스. 화섬의 경우 대규모 시설투자가 수반되는 장치산업인 탓에 업체마다 내년도 시설투자와 예산편성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실제로 한국합섬은 미국에 폴리에스터 원사공장 건립을 추진하다 최근 환율상승과 자금조달문제로 브레이크가 걸렸고 효성T&C는 내년으로 예정된 나일론 설비증설의 포기를 검토중이다. 화섬업체들은 수출에서 환율상승에 따른 반사이익은 보고 있다. 전체매출의 70%를 수출에서 거둬들어는 (주)코오롱의 월 수출은 8천만달러. 하반기들어 달러당 20∼40원 정도의 환차익을 보고 있다. 그러나 TPA(고순도 텔레프탈산) 등 화섬원료 수입액이 한달평균 6천만달러에 달해 수출에 따른 환차익이 수입때 까먹게 된다는게 코오롱의 설명이다. ○정유­환율피해 가장 막대 정지급 환차손 폭증 ◇정유=환율급등에 따른 피해가 가장 큰 업종이다. 업계는 원유를 도입할 때 계약시점 보다 3∼5개월 정도 늦게 지불하는 연지급수입채권(유전스) 잔액이 올 상반기에만 70억달러에 달하고 해외차입금 규모도 커 환차손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들어 환차손이 지난 29일 현재 6천억원에 달하고 연말까지는 8천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정제설비 등에 따른 외화자금을 많이 쓰고 있어 이자부담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조선­환차익 착당 수십억 유일하게 “웃음업종” ◇조선=유일하게 웃고 있다. 세계적인 불황으로 1∼2년 전에 낮은 가격으로 어쩔 수 없이 수주할 수밖에 없던 선박들이 요즘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특히 선박인도시 건조대금을 가장 많이 받는 헤비테일방식으로 수주한 선박들은 환차익만해도 척당 수십억원에 이르고 있어 경영난해소에 큰 도움이 되고있다. 지난해 8천만달러에 수주한 초대형유조선을 지금 인도할 경우 당시 환율(1달러당 8백40원선)보다 1달러당 최소한 1백원 이상의 이익을 보면서 전체적으로 50억원의 환차익을 보는 셈. ○전자·반도체­올 1조 이상 환차손 “수출해도 실익없어” ◇전자·반도체=전자업계는 환율상승에 따른 수출증대효과가 확실하지만 환차손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 상반기에 실질 환차손이 2천5백억원에 달했으며 연말 달러당 1천원까지 상승할 경우 1조원 이상의 환차손을 보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4백15억원의 외환차손을 겪은 LG전자도 올해는 그 액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밝히고 있다. 전자업체들의 보다 큰 고민은 주력수출시장인 동남아가 통화절하 사태를 겪어 수출을 늘리기 어렵다는 것. LG는 단기적으로 수출증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수출선수금도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외화부채나 차입금 통화를 약세통화인 엔화 등 아세안통화로 변경할 계획이다. 수출계약통화 변경과 연지급 비중축소도 병행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수출경쟁력이 회복돼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환율급등이 오히려 경영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 ○컴퓨터­부품절반 수입의존 수익악화 크게 우려 ◇컴퓨터=한국휴렛팩커드, 한국IBM 등 미국에서 완제품을 달러로 들여다 국내에서 원화로 판매하는 미국계 업체들은 심각한 환차손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가 주력하고 있는 서버 및 대형 컴퓨터시장이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마진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까지 급등, 수익성악화는 불을 보듯 뻔한 상황. 국내업계도 CPU, HDD 등 부품의 절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해 수익성 악화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삼보컴퓨터 서대식이사는 『올들어 나타난 원화상승률은 평균 2%선인 경상이익률을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경공업­원목비용증가 “고통” 수출단가 계속악화 ◇경공업=합판의 경우 건설 및 가구경기의 침체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다 원화가치 하락으로 원목구매비용까지 증가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제지는 3·4분기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출이 30% 이상 늘어났으며 4·4분기에도 비슷한 추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선진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수출단가는 악화되고 있다. 올 수출은 15억2천만달러로 28.5% 정도 늘어날 전망. 지난해 전년대비 18%나 줄어든 신발수출은 올 상반기에도 5억3천7백만달러로 전년동기비 13.4%나 감소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산업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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