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직대통령의 아들 구속 “역사적”/한보특혜·현철비리 수사 일단락

◎실명제회피 편법동원 드러나… 수사과정 외압도검찰이 지난 17일 김현철씨를 구속함에 따라 4개월 가까이 끌어왔던 한보특혜 및 현철씨 비리의혹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일단락됐다. 현철씨 사법처리는 이미 기정사실화했던 수순이긴 하나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구속됐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즉 현직대통령 말고는 누구든 법을 위반하면 처벌을 받는다는 점에서 전직대통령 구속에이은 또하나의 성역이 허물어진 것이다. 검찰로서도 성역을 허물기 위해 수사책임자의 교체라는 치욕을 맛보아야 했다. 이번 현철씨 비리는 대통령의 총애와 신임을 배경으로 권력실세로서 혹은 권력주위에 빌붙어 막강한 영향력 행사를 통해 이권개입등으로 국정을 농락한 권력형 비리의 전형이다. 특히 비자금을 계기로 전직 대통령을 처벌시킨 현 정권아래서 은밀히 1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운용해온 점은 비도덕성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대목이다. 대통령이 『기업으로부터 일전도 안받겠다』고 선언하고 검은 돈의 거래를 차단하기위해 실명제를 실시한 순간부터 대통령의 아들은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았고 실명제를 피하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했음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메모파동에서 드러났듯이 수사과정에 외압도 적지 않았다. 수사팀과 검찰 수뇌부간의 파열음이 노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현철씨의 구속으로 검찰은 외압으로 인한 축소수사 시비의 부담은 크게 덜 수 있게 됐다. 검찰로서는 이번 수사가 위상 재정립의 계기로 작용했다.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벗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검찰로 다시 태어나는 출발점이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정권핵심부의 유·무형 압력을 과감히 뿌리치고 「앞만 보고 나간다」는 정도를 견지한 수사팀의 자세가 검찰권 독립차원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 검찰이 현철씨에게 이례적으로 특가법상 조사포탈 혐의를 전격 적용한 것도 국민들의 법감정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대가성이 없다고 해서 면죄부를 줘온 검은 돈 거래의 관행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번 수사가 갖는 한계와 문제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수사가 여론의 지원으로 이뤄졌다는 것은 달리 해석하면 권력이 중심을 잃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검찰은 이날 현철씨가 기업인들에게서 청탁의 대가로 받은 32억2천만원을 포함해 모두 65억5천만원을 받았다고 밝혔으나, 현철씨가 이성호씨와 김기섭씨를 통해 관리해온 50억∼70억원의 뭉칫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검찰은 현철씨가 총선지원금과 여론조사비등으로 수십억원을 쓰고도 이처럼 거액의 뭉칫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자금이 대선자금 잔여금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성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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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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