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멕시코·동남아 통화위기 비교

◎한국/시장변동환율제 채택,저축률 35%선 넘어 경상적자도 감소세/멕시코/자본시장 완전 개방,핫머니 대거 유입,고정환율제 유지/동남아/외자로 대부분 투자,부동산가격 폭락으로,금융기관 부실 초래최근 우리나라 경제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 부실과 외환·주식시장 불안, 외환보유액 감소 등 휘청거리는 한국 금융시장을 놓고 외국에선 한국이 제2의 멕시코, 제2의 동남아가 될 가능성을 점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그동안 꾸준히 환율을 절하해왔고 투기 가능성이 적다는 점 등을 들어 멕시코나 동남아사태를 답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민간경제연구소의 분석을 토대로 통화위기를 겪은 두 지역과 최근의 한국경제 상황을 비교해본다. ◇멕시코와 한국=지난해부터 우리나라는 경상적자 확대, 외채 증가, 외환보유액 감소, 원화 평가절하 등 멕시코사태와 유사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멕시코는 지난 94년 12월 새 정부가 1천4백억달러가 넘는 거액의 외채를 떠안고 출범한 이래 해외발행 단기채권 만기가 속속 도래, 환율상승 압력을 못 이긴 정부가 변동환율제 실시를 선언하며 페소화가 일주일 새 60%나 급락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 출범 당시 1백10억달러이던 외환보유액은 그간의 환율방어정책과 경상수지 적자로 점차 감소, 50억달러까지 줄어들었다. 우리나라도 최근들어 원화가치가 대폭 절하, 환율이 한때 달러당 1천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또 외환보유액이 3백억달러 안팎에 머무는 가운데 단기부채중 상당규모의 만기가 12월중 도래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제2의 멕시코」사태에 대한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경제위기가 정치적 불안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것도 공통적이다. 멕시코는 대통령후보 암살사건과 농민반란 등 굵직굵직한 사건이 이어지면서 해외투자자금 유출을 부추겼다. 우리나라도 정치논리에 따른 기아사태의 장기화, 연말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불안정 등이 악재로 작용, 사회 전반에 불안심리를 가중시킨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멕시코의 경제는 서로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우선 경상수지 적자 확대라는 양국의 공통된 현상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갖는다. 즉, 멕시코의 적자는 투자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국내저축 때문이었던 반면 우리나라의 경상적자는 주요 수출품의 단가 하락에 기인한다. 94년 당시 멕시코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저축률이 16.7%에 불과했던 것과 달리 우리나라 저축률은 96년 현재 35%를 기록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상적자는 지난해 2백37억달러를 정점으로 올들어선 감소추세를 보이는 등 통화위기 우려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 여건은 개선되고 있다. 외채 구성면에서도 멕시코로 유입된 해외자금이 페소화표시채권과 달러화표시채권 등 고수익성 단기채권에 집중, 핫머니가 대거 유입된 것과 달리 우리나라의 단기외채는 주로 무역신용과 원유 도입에 따른 비투기성 자금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게다가 한국은 자본시장이 완전 개방됐던 멕시코와는 달리 채권시장이 아직 개방되지 않아 투기자금의 공략이 쉽지 않은 상태다. 또 하나의 큰 차이는 우리나라가 시장변동환율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 통화위기 직전까지 고정환율제를 유지한 멕시코와 달리 우리나라는 경제여건이 환율에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어 인위적 고평가의 우려가 적은 실정이다. ◇동남아와 한국=멕시코와 마찬가지로 동남아지역도 우리나라와 유사한 통화위기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최근의 위기상황이 금융기관 부실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한국과 동남아는 한층 더 닮은 것으로 지적된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동남아 각국의 은행부실을 가져온 부동산대출 비중과 우리나라 시중은행의 불건전여신액은 각각 20% 이상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같은 점만으로 한국과 동남아를 닮은 꼴로 치부하기엔 이면의 차이가 크다. 우선 금융기관이 부실화된 원인이 다르다. 동남아의 경우 경기침체로 그동안 누적된 부동산가격의 거품이 꺼지면서 금융기관이 부실해졌으나 우리나라의 부동산가격은 안정추세를 보이고 있다. 즉, 동남아는 향후 추가적인 기업 부도 없이도 금융기관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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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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