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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국내 소비 감소와 경기침체 간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해야 하는 어려운 재정 상황 도래가 예상된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등 세정 당국이 내다본 올해의 나라살림 여건이다. 올해 정부가 살림 적자를 줄이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돈을 적극적으로 풀어 경기를 살려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국가 재정을 넉넉히 확보하겠다며 주요 세금 항목에 대한 세율을 급격히 높이는 증세를 선택하기 어렵다. 세금 부담 때문에 기업의 투자ㆍ고용이나 소비자의 소비 심리가 위축돼 경기가 더욱 식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식어 세금이 덜 걷히면 정부의 살림 적자폭은 더욱 확대되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그렇다고 정부가 빚을 더 내 적자살림을 메울 수만은 없는 일. 이에 따라 세정 당국은 증세 없이도 세금을 더 확보할 수 있는 최선책으로 '세원 확대'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렇다고 선거를 앞두고 마냥 증세를 추진할 경우 반발을 불러올 수 있어 결국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은 '징세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일이다. 금융시장처럼 빠르게 환경이 변화하는 산업 부문에 대한 과세체계를 전반적으로 손질해 숨겨진 세원을 확보하고 탈세나 세금체납을 끝까지 추적하는 것이 구체적인 골격이다.
정부가 이를 실행하기 위한 카드로 일종의 '별동대'를 꾸리기로 했다. 재정부는 최근 금융소득세제팀을 꾸렸고 국세청은 '숨긴 재산 무한추적팀'을 설치하기로 했다. 관세청도 탈세 방어를 위한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소득세제팀'…이자ㆍ배당ㆍ양도소득 과세 사각지대 없앤다=먼저 눈에 띄는 곳은 재정부가 새로 만드는 금융소득세제팀이다. 새로운 팀은 파생상품을 비롯해 점점 고도화되는 금융시장의 환경에 맞는 세제 개편 업무를 맡게 된다. 금융권으로서는 금융제도 이상으로 신경을 써야 할 조직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재정부는 이를 위해 서기관급을 팀장으로 삼아 3명으로 팀을 꾸리기로 했다. 해당 팀은 이자소득과 배당소득ㆍ양도소득 등 금융 관련 소득에 대해 세금이 합리적으로 매겨지는지를 광범위하게 들여다볼 예정이다.
세제전문가들은 정부가 변화된 금융환경에 맞춰 관련 소득세제를 손질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세수확보가 미흡했던 부문이 줄어들어 정부 재정이 확충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재정부는 금융소득세제 손질이 자칫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마지막까지 신중을 기하겠다는 방침이다.
◇'무한 추적팀'…지능화된 세금 탈루 끝까지 징벌=국세청의 '숨긴 재산 무한추적팀'은 지능화된 탈세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꾸려진다.
국세청 징수과 관계자는 "과거에는 탈세 수법이 비교적 단순했는데 요즘에는 증권과 부동산 거래를 섞는다거나 거래 단계를 복잡하게 늘려 세무 당국의 추적을 피하는 등 한층 진화된 수법이 동원되고 있다"며 "무한추적팀 설치는 이를 뿌리뽑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능화된 탈세범들은 조세피난처에 일종의 유령회사를 설립해 세금을 피하거나 기업 간 정상거래인 것처럼 위장해 기업오너의 개인 자산을 빼돌리는 수법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국세청은 분석했다. 아울러 다단계 출자 및 해외에서의 주식명의신탁 등을 통해 세무 당국의 눈을 속이는 일도 적지 않다.
국세청은 이 같은 세금 탈루를 막기 위해 대기업에 대한 신고 성실도 검증을 강화하고 재력가의 세부담 적정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특히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와 하도급업체를 통한 탈세, 가공비용 계상을 통한 기업자금 유출 등이 중점 조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