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보수인하안 하루에 만들라니…"

자산운용사, 금융당국 연금펀드 탁상행정에 부글부글


"금요일에 공문 주고 월요일까지 계획서를 제출하라니 말이 됩니까."

최근 금융감독원이 주요 연금저축상품 제도개선에 나서면서 자산운용사들로부터 연금펀드 보수인하 계획안을 제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금감원이 충분한 논의 시간을 주지 않고 제시한 보수기준도 현실성이 떨어져 '탁상행정'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12월21일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주요 운용사에 '연금펀드 보수인하 계획 제출' 공문을 보냈다.

국내주식ㆍ채권형, 해외주식ㆍ채권형, 국내주식혼합형, 국내채권혼합형, 해외주식혼합형, 해외채권혼합형 등 총 8개 유형 연금펀드의 회사별 보수인하 계획을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금감원은 "연금저축 수수료 인하와 관련해 금감원의 보도자료가 곧 발표되는데 보수인하계획 등을 제출한 운용사 실명을 포함시킬 예정"이라는 단서도 달았다.

문제는 계획안 마감 시한이다. 공문이 발송된 21일은 금요일로 명시된 계획안 마감일자는 24일 월요일이었다. 8개 유형의 보수 인하 계획을 세우라고 금감원이 준 시간이 사실상 하루에 불과했던 셈이다. 특히 24일은 연휴인 25일을 앞두고 상당수 의사결정권자들이 출근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보수 기준도 도마에 올랐다. 금감원은 공문에 8개 펀드 유형의 업계 평균 보수를 제시한 뒤 "업계 평균 이하로 보수를 내릴 것"을 요구했다.


예컨대 국내주식형펀드는 운용보수 0.54%, 판매보수 0.95% 밑으로, 해외주식형은 운용보수 0.66%, 판매보수 0.96% 밑으로 보수를 산정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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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채권형펀드다. 금감원이 제시한 업계 평균을 보면 국내채권형 운용보수는 0.26%, 판매보수는 0.65%다. 반면 통상 국내형보다 보수가 더 나가는 해외채권형은 운용 0.20%, 판매 0.36%로 모두 국내형보다 낮았다.

현재 연금펀드로 나온 해외채권형펀드가 단 3개에 불과한 상황에서 '업계 최저 보수'를 내건 모 운용사의 펀드가 이 중 2개를 차지하다 보니 기형적인 평균치가 나온 것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 입장에서는 해외채권형 연금펀드 상품을 만들려고 해도 싼 보수에 꺼릴 수밖에 없고 판매사 입장에서도 판매보수가 낮아 상품 추천도 많지 않을 것"이라며 "현장을 모른 채 단순평균에 따른 인하 요구를 하는 것은 지나친 행정편의주의"라고 꼬집었다. 금감원은 보수인하와 함께 연금펀드의 온라인 상품 출시 계획도 함께 제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발간된 연금저축상품 금융소비자리포트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점검ㆍ개선하기 위해 이달부터 연금저축 상품을 운용 중인 자산운용사와 은행ㆍ보험사를 상대로 특별검사에 돌입하기로 했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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