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복지로 재정난에 처한 교육청들이 기간제 교사 등 교원 인건비 예산을 앞다퉈 줄이면서 교단의 질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학교 내 대체인력 예산이 줄어들면서 교사 1인당 학생 수와 수업 수가 늘어나고 교원 휴직과 병가조차 제대로 내기 힘든 상황이다. 여기에 교육경력 15년 이상의 베테랑 교사들의 수업 노하우를 확산시키기 위해 도입한 수석교사제 등도 존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수업교사 수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정원 외 기간제 교사를 올해 257명으로 책정해 지난해보다 60%나 줄였다. 특수·사서·보건 교사 등이 포함되는 전체 기간제 교원 숫자는 15% 줄어든 3,720명으로 정했다. 관련 예산도 전체 기간제는 1,544억원으로 3.5% 축소하고 정원 외 기간제는 175억원으로 47%나 줄였다.
대체인력 예산이 줄면서 각급 학교에서는 수업 교사를 포함한 각종 교원 인력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학교마다 휴직·병가 등이 제한되는 한편 특정 교원의 부재로 교육공백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 A중학교의 한 교사는 "병가를 신청하려 했지만 대체 예산이 없다는 하소연에 담임에서 빠지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며 "하지만 출산휴가 등으로 이미 결원이 발생한데다 대체 교사는 배치되지 않아 수업시간이 크게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인근 B중학교는 기간이 만료되는 사서 교사 자리를 채우지 않고 공석으로 두기로 했다. 지난해 기간제 교사 감축으로 파문을 빚은 경기도는 학교행정을 담당하는 행정실무사를 학교별로 1인씩 줄이기로 해 행정공백마저 우려되고 있다.
정원 외 기간제 교사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서울과 광역시의 경우 학급당 학생 수를 평균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대부분 정원 외 기간제 교사를 두고 있는데 올 들어 서울에서만 60%가량 교사 숫자가 줄어들면서 학급 수 감축 압박이 거센 실정이다. 서울의 한 학교 관계자는 "정원 외 기간제 교사가 올 들어 371명이나 줄면서 학급편성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올해는 시간강사 등으로 버틴다고 해도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결국 학급 숫자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간제 교원 감축은 교육부의 수석교사제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연구에 치중하는 수석교사를 대체할 정원 외 기간제 인력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수석교사의 선발 숫자가 지난해보다 60%가량 줄었고 수석교사의 수업시간도 늘어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기간제 감소는 추세적으로 진행돼왔지만 올해 감소폭은 지난해의 2배 이상"이라며 "교원 숫자와 질은 학생 공교육과 직결되는 '최후의 보루'인 만큼 관련 예산 증액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