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유로존 '빅딜' 미루지 말아야


미국ㆍ유럽ㆍ영국ㆍ스위스ㆍ일본ㆍ캐나다 중앙은행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글로벌 유동성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12월1일부터 미 달러 스와프 금리를 절반으로 낮추는 등 국제공조에 나섰다. 중국 인민은행도 3년 만에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해 국제공조에 가세했다. 그 영향으로 10년 만기 이탈리아 국채금리가 6%대로 떨어지고 글로벌 증시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미국의 다우지수는 12,000선을 넘어섰고 독일ㆍ프랑스 등 유럽의 주요 증시도 4% 이상 상승했다. 유럽재정안정기금 확충 시급 이번 조치는 유럽 재정위기 악화로 인한 글로벌 신용경색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중앙은행들의 이번 유동성 공급 조치는 단기처방일 뿐 결코 위기의 근본 치유책은 될 수 없다. 유럽에 시간을 벌어주는 차원에 불과하다. 이제 유로존 국가들이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때다. 지금까지 유럽연합(EU)은 회원국 간의 상이한 이해관계 때문에 시원스런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재정위기 극복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독일과 프랑스 간은 물론 재정 부담국과 지원 대상국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다보니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지경으로 재정위기가 악화됐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는 결국 재정정책 권한을 가진 유로존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유로존 국가들이 서로 협력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탈리아가 내년 상환해야 할 국채가 이자를 포함해 무려 3,600억유로(한화 약548조원)나 되고 이중 2~4월 만기도래 국채만 1,600억유로(243조여원)에 이른다. 현재와 같은 시장불안이 지속될 경우 제 2의 그리스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오는 9일 열리는 EU 정상회의가 중요하다. 회의 결과에 따라서는 위기가 빠르게 해소될 수도, 증폭될 수도 있다. 당장 시급한 과제는 위기 확산을 차단할 수 있는 방화벽을 구축하는 일이다. 현재 방화벽으로 마련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실제 가용자원은 2,500억유로(380조여원)에 불과해 1조유로(1,521조여원)로 늘리는 작업이 시급하다. 하지만 시장 악화와 브릭스(BRICsㆍ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 등의 미온적 반응으로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당초 20%의 채권손실률로 5배의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했던 신용보강 방법은 시장 악화로 채권손실률이 30%까지 상향 조정돼 차질이 생겼다. 공동투자기금을 설립해 브릭스 등의 자본을 대거 유치하려던 계획도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EFSF 증액은 재정위기 해소를 위한 포괄적 해법(그랜드플랜)의 핵심 사안이다. 만일 EFSF 증액이 지지부진할 경우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꼬여 있는 EFSF의 증액 작업이 탄력을 받으려면 일단 채권시장의 안정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이 최종 대부자로서 국채 매입을 대폭 늘려 국채금리를 안정화시킬 필요가 있다. 하지만 ECB는 회원국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해 국채 매입 확대를 꺼리고 있다. 국채 매입을 늘려 금리가 안정될 경우 회원국 정부가 재정 건전화 노력을 게을리 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안정협약' 체결 서둘러야 따라서 유로존 17개국은 이해관계를 떠나 재정긴축 노력을 강제화할 수 있는 '안정협약'을 서둘러 체결해야 한다. 이는 유로존 국가들이 공동의 위기극복 의지를 시장과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확실한 방법이다. 현 위기를 타개하려면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 건전화 규율 강화와 ECB의 국채 매입 확대 간에 빅딜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오는 9일 열리는 EU 정상회의는 유럽 재정위기의 향방과 유로화의 운명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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