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29대300 법칙'으로 불리는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미국 보험회사 직원이었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가 정립한 이 법칙은 대형 사고가 한 건 발생하면 그 이전에 같은 원인의 경미한 사고가 29건 일어나고 경미한 29건의 사고에 앞서 300건의 경고성 징후나 위험 노출 경험이 있었다는 것이다. 모든 안전사고가 우연히 발생하지는 않고 일이 잘못되기 전에 사고가 임박했음을 알리는데도 이를 덮어버리면 마침내 끔찍한 사고를 맞게 된다는 위기 경고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안전'이다. 그러나 곳곳에 도사린 안전 불감증으로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이어져 안타까운 마음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너무 중요시하는 풍조가 생겨나면서 '빨리빨리' 문화와 '적당주의'가 몸에 뱄다고 할 수 있다.
안전이 뿌리내리기까지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지속적인 안전의식 함양과 안전 제일주의를 국가 발전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안전은 비록 불편하고 비용이 들더라도 우리가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덕목이다. 그리고 그 실천은 바로 나부터다. 이전에 전국 산업현장을 찾을 때는 물론이고 지금도 '역(逆) 하인리히 법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잠재적인 경고와 위험 노출 경험이 오히려 경미한 사고를 막을 수 있고 또 경미한 사고를 예방하게 되면 단 한 건의 대형 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큰 성공의 뒤안길에는 29번의 성과와 300번의 기회가 포착된다는 역발상이다.
우리는 대형 사고가 일어나기 전 앞서 존재하는 수많은 경미한 사고 징후에 관심을 기울이면 대형 사고를 막고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래서 현재의 기술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손 치더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잠재적인 위험 징후가 어디서 발생할 수 있는지 항상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산업현장에서든 개인이든 '역 하인리히 법칙'에 맞춰 안전에 안심을 더해 최고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좋은 게 좋은 것'이라거나 대충대충 넘어가는 적당주의와 '설마 괜찮겠지'하는 안전 불감증, '이번 한 번만'하는 안일주의,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 하겠지'하며 한 발 빼는 보신주의 탓에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한다. 안전사고는 우리 안에 쌓여 있는 이런 못된 악습이 총체적으로 빚어내는 비극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악습을 하루빨리 청산해야만 '안전, 대한민국'이 실현될 수 있다. 안전은 조그마한 원칙이라도 소중히 여기고 이를 철저히 준수할 때만 지켜질 수 있다. 원칙은 최소한의 안전 기준이며 안전의 최후 보루인 것이다.
지난주에 지역 주민과 국민의 성숙한 지원으로 월성1호기 계속운전이 결정돼 큰 난제(難題)가 하나 풀렸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 한수원 '역 하인리히 법칙'으로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라는 대명제 아래 월성1호기를 더욱 안전하게 운영해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다.
온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안전성 확보를 생명과도 같이 귀중하게 여기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원전 운전을 추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