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로에 선 야당 길을 묻다 <3> 기득권 내려놓기] '천막당사'처럼 통렬한 자기반성 통해 국민에 다가가야

대통령 겨누기 위한 논리 속에 국민 끼워넣는 오류 벗어나야

국민 원하는 정책대안 내놓고 계파정치 깰 공천 룰 제정 시급

새정치민주연합의 새 비상대책위원장 선출을 위한 추천단 회의가 18일 국회 대표실에 전 대표와 원내대표·상임고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04년 당시 한나라당은 풍전등화의 위기였다. 불법 대선자금 의혹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역풍을 맞아 총선 패배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새로 취임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천막당사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철저히 반성하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낮아짐의 전략'이었다. 처음에는 '정치 쇼'로 치부됐으나 두 달 넘게 천막당사가 이어지면서 민심이 움직였다. 그 결과 50석도 힘들다는 총선에서 121석을 얻으면서 기사회생했다.


#김한길 전 민주통합당 대표는 지난 2월3일 국회에서 갑작스러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혁신안을 발표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출판기념회의 회계 투명성 강화와 국회의원에 대한 선물·향응 규제, 축·부의금 등 경조금품에 대한 규제 마련 등을 내걸었다. 여야를 막론하는 정치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반발은 당내에서 먼저 제기됐다. 일부 의원들은 "지금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의 불법 선거개입 논란이 더 중요한데 지도부가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이 같은 개혁안은 동력을 잃으며 흐지부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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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내려놓기, 낮아짐에서 활로 찾아야=전문가들은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기득권 내려놓기'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국회의원의 불필요한 특권 축소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황인상 P&C 정책연구소 대표는 "천막당사 당시 박근혜 대표는 국민적 역풍을 피하기보다는 자신에 대한 반성과 변화를 통해 국민들을 설득하려 했다"며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모든 정치 현안을 대통령에게 겨누면서 국민들의 정치 염증과 피로감만 높여놓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정치연합은 국민 속으로 뛰어들어가 국민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고 이를 위한 정책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 야당이 돼야 한다"며 "정작 의원들은 대통령을 겨누기 위한 논리 속에 국민을 끼워 넣으려는 오류를 범하고 있어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진 경기대 교수 역시 "야당은 과거의 관점에서 벗어나 대통령과 여당을 조준하는 것 대신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질 줄 알아야 한다"며 "특히 국민들은 과거와 달리 이데올로기에 매달리고 선명한 야당을 바라기보다는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는 야당을 원한다"고 지적했다.

◇공정한 공천 룰 제정 시급=새정치연합의 근원적인 문제인 계파정치 탈피를 위해서는 공정한 공천 룰 제정도 시급하다. 의원들이 국민을 바라보는 대신 계파에 얽매이는 근원적인 이유가 공천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구성되는 비대위의 핵심 과제 역시 공정한 게임의 룰 제정이다.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룰 제정은 물론 20대 총선을 위한 공천 기준까지 새롭고 공정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재선 의원은 "당권을 노리는 잠룡들은 전당대회 룰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있지만 의원들은 총선 공천 룰이 이번에 확실하게 정해지기를 바라고 있다"며 "누가 당 대표에 올라도 모든 의원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공천 안이 마련된다면 지도부 흔들기도 사라지고 당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할 수 있다"고 공정한 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박범계 대변인은 비대위에 대한 당내 의견에 대해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는 예측 가능한 공천시스템과 안정성·민주성·공정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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