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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좌초하면서 사업을 파산 위기로 내몬 주역들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라는 사업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정상화보다는 주도권 다툼만 벌인 사업 최고책임자들의 잘못이 크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용산사업이 최종 부도 처리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인 동시에 사업을 망친 최대 주역이기도 하다. 지난해 2월 취임한 정창영 코레일 사장은 용산사업 주도권을 놓고 시행사인 드림허브 프로젝트금융투자(PFV)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과 사사건건 부딪혔다. 사업성 악화에 따른 미분양이 우려된다는 이유를 내세워 통합개발을 단계적 개발로 전환하고 사업 규모도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집하면서 민간 출자사들을 코너로 몰았다. 감사원 출신인 정 사장은 부동산 개발 분야의 전문성도 부족한데다 용산역세권개발(AMC) 임원 보고조차 받지 않는 등 독선적인 행태로 일관했다.
삼성물산을 대신해 주관사 지위를 맡아 민간 출자사를 대표한 롯데관광개발의 김기병 회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본력이 부족하고 개발사업 경험도 일천해 30조원이 넘는 대형 사업을 주도할 능력도 없으면서 사업적 욕심 때문에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는데도 최대주주인 코레일과 한 치의 양보 없이 대립했다. 롯데관광개발 자본금(55억원)의 32배에 달하는 1,700억여원을 용산사업에 쏟아 부은 김 회장으로서는 노욕을 부리다 '게도 구럭도 다 잃을' 처지에 놓인 셈이다.
용산사업이 지지부진하던 2010년 10월 외자 유치를 위한 '구원투수'로 영입됐지만 2년 6개월 동안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박해춘 용산역세권개발 회장에 대한 비난도 거세다. 박 회장은 취임할 때만 해도 중동계 오일머니 등 외자를 유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전환사채(CB) 발행과정에서 외국계 사모펀드로부터 115억원을 투자 받은 것이 실적의 전부다. 그러면서도 3년의 임기 동안 총 19억8,000만원의 고액 연봉을 받아 일각에서는 '먹튀'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욕심도 용산사업이 파국으로 치닫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초 용산사업은 철도정비창 부지로만 국한돼 있었다. 코레일이 차량기지로 한정해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자를 공모하자 오 전 시장은 2007년 4월 자신의 주요 공약이었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연계할 것을 요구하며 취소시켰고 결국 같은 해 8월 서부이촌동을 용산사업에 편입시킨 통합개발안을 발표했다. 자신의 정치적 야심 때문에 수조원대의 보상 문제가 불거질 게 뻔한 서부이촌동을 끌어들여 사업도 꼬이게 하고 주민들을 빚더미에 올라앉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