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한생명 어디로 가나] 경영실사이후 운명 정부손에

최순영(崔淳永) 신동아그룹회장의 구속으로 대한생명의 경영권이 흔들리고 있다. 당장 미국 메트로폴리탄사와의 10억달러 외자유치 협상이 타격을 받게 됐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가 사실상의 경영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한생명의 장래는 세갈래 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메트로폴리탄사와 합작, 독자생존, 국내자본에의 피인수 등이다.◇독자생존= 외형적으로는 얼마든지 독자 생존이 가능하다. 대한생명은 총자산 규모가 14조411억원인 메이저급 생보사인데다 상품개발, 전산능력이 탁월한 회사. 생활설계사 5만4,000명으로 구성된 영업조직도 탄탄하다. 적어도 겉으로는 우량회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97년부터 하는 일마다 뒤틀리고 있다. 해외투자에 실패했고 퇴출 직전의 은행 증자에 앞장서기도 했다. 여기서만 수천억언대의 손실이 발생했다. 올해 결산도 자산재평가를 통해 겨우 이익을 맞출 전망이다. 더욱 큰 문제는 숨겨진 부실이다. 정부의 자산·부채 실사과정을 통해 분식결산이 드러날 때 손실을 보전할 방법이 없다. 대한생명 임원을 지냈던 한 관계자는 『崔회장이 빼돌린 금액과 분식규모가 엇비슷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대한생명 직원들은 심정적으로 독자생존을 원하는 분위기다. 한 직원은 『외국인이 불리한 조건을 다는데는 합작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한 것은 날로 좁혀져오는 검찰의 수사방향을 돌리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실토하며 『이렇게 된 이상 아예 홀가분하게 독자생존을 모색하는 낫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분식규모가 클 때 독자생존은 불가능해진다. ◇외자유치=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문제는 메트로폴리탄사의 조건이 만만치 않다는 것. 정부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무려 10개월 가까이 지루하게 이어져온 대한과 메트와의 협상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지분. 50%이상을 원하는 메트측에 맞서 대한은 절대불가를 고수했었다. 줄다리기 끝에 지분율 협상이 매듭되자 이번에는 메트측이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메트측은 최근 금융감독위원회에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신들이 투입하는 자본 규모에 상응하는 한국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을 요구한 것이다. 메트는 상황에 따라 적게는 1,000억원대에서 1조원수준까지 자본을 투입할 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사실상 지급보증과 현행 법으로 불가능한 금융재보험 도입 등 요구조건이 매우 까다롭다는 것. 인수후 상장 허용 등도 요구조건에 들어 있다. 외국자본에 대한 특혜 시비가 제기될 수도 있다. ◇국내 자본 인수= 기존생보사의 한 사장은 『자산 14조원짜리 생보사를 불과 몇천억원에, 그것도 법을 뛰어넘는 조건이라면 굳이 외국사에 넘길 필요가 있느냐』며 『그같은 조건이라면 우리도 인수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메트측의 요구를 다 줄어주고 내국법인에게는 인수자격을 제한할 경우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 시비가 나올 수 있다는 것. 대한생명과 같은 메이저급 회사라면 보험업계 뿐 아니라 은행과 재벌들도 관심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경우도 정확한 부실규모가 난제로 남게 된다. ◇전망= 어떤 길을 가더라도 정부가 진로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외자유치 협상도 주체는 정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 부실규모가 크다고 판단될 경우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부실사로 지정돼 3월로 예정된 2차 생보사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이 경우 국내 보험업계의 판도 변화로 직결될 전망이다. 【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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