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2월 27일] 멈춰버린 정치, 막막한 미래

정치권이 또다시 정면 충돌했다. 이번에는 미디어 관련법이다. 어쩌면 그렇게 싸울만한 소재가 많은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사실 이번 국회 파행도 여야의 정치력이 발휘됐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미디어 관련법 중 여야 간 핵심 쟁점은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진출을 허용한 방송법이다. 한나라당은 20%까지 지상파 방송의 지분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인 반면 민주당은 대기업을 통해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렇게 여야가 엇갈리는 입장을 가졌음에도 정치권은 입장 조율을 위한 대화에는 매우 인색했다. 정치의 목적이 사회에서 발생하는 필연적 대립과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이라고 볼 때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여당은 ‘더 이상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며 관련법을 일괄 상정했고 야당은 ‘말할 가치도 없다’며 회의장을 점거했다. 상대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믿지 않는 불신의 정치가 만들어낸 산물인 셈이다. 이 같은 정치권의 불신이 국민적 불신으로 자리잡은 지는 이미 오래됐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그동안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지 않았다. ‘나부터’라며 손을 내밀기보다 ‘너 먼저’라며 상대의 양보를 바랬던 ‘이기주의’를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정치권에서 멱살잡이는 예삿일이 됐고 고성과 막말 정도에 그쳤다면 그나마 낫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세간에는 “불구경과 싸움구경이 가장 재미있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멱살잡이와 몸싸움, 그리고 욕설이 오가는 정치권을 취재하는 정치부 기자가 가장 재미있는 직업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불구경과 싸움구경은 어디까지나 나와 상관없는 제3자의 일이었을 때 재미가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정치권의 싸움은 그렇지가 않다. 국민 모두와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의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거리에는 실업자가 늘고 환율은 요동치며 주식시장은 불안하다. 가계 빚은 갚을 길이 막막한데다 생활고는 가중되고 있다. 이 같은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와 경제가 톱니바퀴처럼 잘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에 정치는 없다. 어제오늘 정치 기사에서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아마도 ‘올스톱’일 것이다. 정치와 함께 대한민국의 모든 것이 멈춰버린 느낌이다. 참으로 회의적인 요즘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