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남은 경제민주화 입법 어떻게 될까

중간금융지주회사 의무화 포함 7개 대기

경제활성화로 중심 이동 … 동력은 약화 예상

경제민주화 입법화 등 진행 현황, 올 7개 마무리 … 5부 능선 넘어

창조경제 지원·소비자보호 등 내년 새 국정과제 주력 가능성


신규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지난 23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이제 관심은 남아 있는 경제민주화 과제에 쏠리고 있다.

현재 정무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과제는 △중간금융지주회사 의무화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집단소송제 도입 △사인의 금지청구제 △수급사업자 범위 확대 △표시광고법 상 동의의결제 도입 △소비자권익 증진기금 설치 등 줄잡아 7개에 이른다. 올해 통과시킨 경제민주화 입법 과제가 7개였던 점을 감안하면 정확히 5부 능선에 오른 셈이다.


하지만 신규순환출자 금지를 마지막으로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경제민주화 7대 과제가 모두 마무리돼 내년부터는 경제민주화 자체에 대한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전부처를 통틀어 거의 유일하게 해를 넘기기 전 국정과제를 마무리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내년부터는 신시장 규제와 시장감시, 소비자보호 등으로 업무의 무게중심이 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간금융지주회사 등 불씨=남은 경제민주화 과제 중 최대 관심은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여부다. 입법 결과에 따라 현대차의 지주회사 전환이 쉬워지는 등 기업 지배구조 전반에 '빅뱅'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간금융지주회사는 현행 공정거래법이 금지하고 있는 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되 해당 금융회사들을 한데로 묶어 금산분리 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제도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지주회사 체제 안에 계열 금융사들을 끌어들일 수 있어 대기업집단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유인이 될 것으로 공정위는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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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최근 삼성생명은 계열사로부터 삼성카드 지분을 대거 매입해 본격적인 지주사 체제 전환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자회사를 보유하도록 길을 열어줄 경우 금산분리 규제가 사실상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어 개정 여부는 불투명하다.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도 뜨거운 감자다. 대기업집단에 소속된 금융보험사들은 현재 상장 계열사 주총에서 특수관계인과 합해 15%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공정위는 이를 5%까지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재벌 총수가 고객 돈을 마음대로 꺼내 써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행태에 제동을 걸기 위한 조치다. 다만 금융계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실현되면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지고 결론적으로 신사업 진출 등 투자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밖에 소비자권익증진기금은 설치 자체에는 이견이 없으나 재원을 조달하는 방안을 두고 기획재정부와 공정위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으며 집단소송제와 사인의 금지청구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공정위의 공식 입장이어서 이른 시일 내 개정이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앱(app)시장 등 신시장 규제 강화=올해 처리하기로 한 경제민주화 과제가 일단 마무리되면서 공정위는 내년부터 창조경제 지원과 소비자 보호 등 새로운 국정과제 실현에 전력투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민주화는 이쯤에서 정리하고 내년부터는 경제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공정위 안팎에서 나온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신규순환출자 금지가 국회를 통과해 노대래 위원장이 크게 기뻐했다"며 "이제는 다른 일을 할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창조경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신시장이 공정위의 새로운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 위원장은 최근 이와 관련해 한 간담회에서 "신시장에서 선점자가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면 팔로어(후속업체)가 들어갈 자리가 없어 경제발전에 역행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보유 기술을 빼내는 행위에 대한 감시 및 법 집행을 강화하기 위해 거래단계별 법위반 유형과 심사기준을 담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조만간 제정할 계획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을 앞두고 글로벌 경쟁법 리스크에 대응하는 것도 공정위의 과제로 꼽힌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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