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영(사진) SK에너지 사장은 "석유와 화학 부문의 분사로 독자경영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재도약하겠다"고 밝혔다. 구 사장은 지난 18일 대전시 유성구 SK에너지 기술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SK에너지의 현재 사업모델은 영업이익 측면에서 정체 국면에 진입해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고 이대로 가다가는 지금의 자리도 지키기 힘들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구 사장은 이에 따라 SK에너지의 신성장 전략으로 사업ㆍ기술ㆍ조직 문화의 3대 혁신을 들고나왔다. 우선 사업혁신의 골자는 내년 1월로 예정된 석유와 화학 부문의 분사. 구 사장은 "현재 SK에너지는 너무 비대해진 공룡으로 관료화ㆍ경직화가 우려된다"며 "자원이나 수출 시장이 있는 파트너를 찾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분사를 통한 독자경영체제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2008년 도입한 회사내회사(CIC) 체제와 지난해 분사한 윤활유 부문 자회사 SK루브리컨츠의 사례를 통해 석유와 화학 부문 분사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구 사장은 "독자경영을 통해 역량을 발휘할 토대를 만들어주면 폭발적 성과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SK루브리컨츠는 스페인 에너지기업 렙솔에 이어 아시아에서도 8,000억원가량의 펀딩을 받아 조만간 합작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구 사장은 설명했다. SK에너지의 석유 부문의 경우 내년 분사 이후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안정적 성장을 추구한다는 계획이다. 또 화학 부문은 기존 석유정제에 의존하는 생산에서 벗어나 기술 기반의 프리미엄 제품으로 차별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특히 화학 부문은 저가의 원료와 수요를 모두 갖춘 남미시장을 공략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이번 간담회 직전 페루와 에콰도르 등 남미시장을 둘러보고 온 구 사장은 "중동 산유국은 해외 기업에 사업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에 남미 지역에 화학공장을 지어 기회를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혁신과 관련해서는 '기술 기반이 없으면 퇴출'이라는 각오로 ▦정보전자소재 ▦리튬이온 배터리 ▦녹색기술 등 세 분야에서 신사업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구 사장은 특히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배터리는 국내 경쟁사에 비해 출발이 늦었지만 순수 전기자동차 배터리는 기술 경쟁력을 갖춰 후발주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현재 미국ㆍ유럽ㆍ한국의 메이저 자동차업체와 공급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린폴ㆍ청정석탄ㆍ바이오부탄올 등 녹색기술 제품도 모두 5년 안에 상업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에너지는 청정석탄 분야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에너지기업인 사솔과 파트너십을 맺기로 합의했다. 한편 구 사장은 가동률이 떨어지며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인천정유에 대해서는 "보물단지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인천정유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파트너들과 다섯 가지 옵션을 검토하고 있는데 곧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