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창의성 없는 IB


"우리나라 증권사의 투자은행(IB) 조직은 천편일률적입니다. 주식자본시장(ECM), 채권자본시장(DCM), 인수합병(M&A) 등 대부분 증권사가 IB 구색은 갖추고 있지만 특색이 없습니다. 변화에도 무딥니다."

최근 기자가 만난 IB 업계 고위관계자는 국내 IB 업계의 문제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실제 기자가 지금까지 살펴본 증권사의 IB조직은 규모가 크든 작든 대부분 ECM·DCM·M&A등 비슷하게 구성돼 있으며 변화도 거의 없다. 한정된 시장에서 수십 개의 증권사가 비슷비슷한 IB조직을 갖추고 승부를 가리다 보니 몇몇 증권사 IB의 일부 부서는 일거리를 거의 따내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블룸버그가 지난 6일 발표한 '2013 한국 자본 시장 결산'에 따르면 국내 채권 순위 20위 안에 든 증권사 중 3곳은 시장점유율이 1.0%도 되지 않는다. 기업공개(IPO) 주관사 중에서도 15위권 안에 든 증권사 중 2곳은 지난해 단 1건의 IPO를 주관해 시장점유율이 1.0%에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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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시장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웅진·STX·동양그룹 등 대기업들의 알짜 매물은 물론 중소기업 관련 매물도 많이 나왔지만 이들 기업은 외국계 증권사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블룸버그 리그테이블에서도 지난해 국내 M&A 재무 자문 1위와 2위를 JP모건과 골드만삭스가 차지하는 등 외국계 증권사가 10위권 내 5곳이나 이름을 올렸다. 국내 증권사 중 10위 내에 든 곳은 우리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단 2곳뿐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최근 들어 국내 M&A 시장이 커질 것을 예상하고 관련 조직의 인력을 확충하는 등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과거의 관습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IB의 생리는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고수익을 올리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국내 증권사들은 변화와 창의성이 부족하다. 네트워크와 규모 등 태생적 한계 얘기는 그만하자. 이제부터라도 IB다운 IB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외국계 증권사들로부터 본받을 점은 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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