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 연준 테이퍼링 착수-해외 전문가 인터뷰] 매슈 루제티 도이체방크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예고된 출구전략보다 엔저가 한국경제 더 큰 리스크<br>5월 연준 속도조절 발표 이후 자산가격 조정 꾸준히 이뤄져<br>일본은행 돈풀기 계속되면 외국인 한국투자에 악영향


매슈 루제티 도이체방크 글로벌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월가에서 주목 받는 이코노미스트다. 지난해 9월부터 도이체방크의 톱 기관투자가 관련 팀에 합류했고 미 경제와 연준 정책에 정통하다. 이번에도 시장의 일반적인 전망과 달리 연준이 12월 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했다. 필라델피아연방준비은행의 거시경제담당 애널리스트, 미 재무부 금융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했고 캘리포니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축소보다는 급격한 엔화가치 하락이 한국 경제에 더 큰 리스크가 될 것입니다."

매슈 루제티(사진) 도이체방크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추가적인 돈 풀기로 엔저가 지속될 경우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도전을 받으면서 외국인들의 한국 투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과 금리 급등 가능성도 한국 경제의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했다.


인터뷰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뉴욕 월가의 도이체방크 건물 본사에서 이뤄졌고 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소식이 전해진 18일 e메일을 통해 보충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그는 글로벌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글로벌 금리 상승 △유럽 경기회복세 손상 △신흥국 변수 등을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아울러 일본 아베노믹스의 미래에 대해서는 "통화·재정 등 2개의 화살은 성공적이었지만 마지막 화살인 구조개혁은 아직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내년 아베 정부가 소비세를 인상할 경우 일본 경제도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연준이 내년 1월부터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하기로 했는데요.

△최근 경기호조가 지속되면서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이 3%에 달할 것이라는 낙관론에 근거한 것입니다. 재정적 견인(fiscal drag·재정긴축에 따른 경기회복 지연) 효과가 줄어드는 가운데 주택경기 회복, 임금 상승과 가계소득 증가에 따른 소비 가속화 등에 힘입어 기업 투자도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이유로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했고 매입 규모를 점차 줄여나가다 내년 말에는 완전히 끝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연준의 결정으로 글로벌 경제가 충격을 받을까요.

△올 5월 연준이 자산매입 속도를 줄이겠다는 신호를 주면서 이미 일부 자산가격의 조정이 이뤄졌습니다. 포스트 양적완화 시대의 자금흐름이 이미 일어나고 있는 셈이지요. 하지만 실제 출구전략이 시작되면 글로벌 금리는 더 오르고 변동성도 커져 위험자산 선호도는 낮아질 것입니다. 다만 경기지표가 개선돼 양적완화 축소의 충격을 완화시킬 것으로 봅니다.

-일부 신흥국가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실제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되면 혼란은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봅니다. 우선 최근 미 경기지표 개선으로 테이퍼링은 이전에 비해 크게 놀라운 소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신흥국 국채와 통화가치가 이미 상당 폭 떨어지면서 포스트 양적완화 시대에 맞춰 조정된 상태입니다. 마지막으로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과정도 경기부양적인 수준에서 이뤄지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미국·유럽의 경기개선은 강한 수요를 제공하며 신흥국 경제를 떠받칠 것입니다.

-18일 미 상원이 2014~1015회계연도 예산안을 승인했습니다. 내년에도 이른바 '워싱턴 리스크'가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을까요.

△올해보다는 상대적으로 완화될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부채 상향 조정이라는 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의회가 데드라인인 내년 2월 말까지 합의하지 못하면 미 재무부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추가적인 비상수단을 써야 합니다. 하지만 내년에는 중간선거가 있기 때문에 큰 시장혼란 없이 부채 상향 조정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내년 글로벌 경제에 대해 낙관론을 내놓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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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체방크도 예외가 아닙니다. 내년 미국의 통화정책이 더 정상화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내년 세계경제성장률이 3.7% 정도로 올해보다 1%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 성장률이 3.2%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고 유로존 역시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아섰습니다. 신흥시장도 회복 사이클에 들어섰습니다.

-그렇다면 내년 글로벌 경제의 리스크 요인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양적완화 축소의 반작용으로 글로벌 금리가 과도하게 오르면서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둘째, 유럽 시중은행의 자산건전성평가(AQR)로 디레버리징이 가속화될 경우 가뜩이나 느린 유럽 경기회복세가 손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신흥국 리스크인데요. 미국과 유럽 경기가 기대에 못 미치는 가운데 연준의 양적완화 조치로 신흥국 경제가 (대규모의 자금유출이 발생했던) 올 6~8월보다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통화팽창, 재정정책은 정말 성공적이었습니다. 엔화가치는 떨어진 반면 자산가격, 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은 상승 중입니다. 성장세도 견조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 실시 예정인 소비세 인상은 성장에 부정적인 충격을 줄 것입니다. 게다가 궁극적으로 잠재성장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마지막 화살인 구조개혁이 필요한데 불행하게도 아직까지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내년 중국경제는 어떻게 전망합니까. 부동산 거품, 섀도뱅킹, 정치·경제개혁 지연 등의 잠재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요.

△그렇게 비관적이지 않습니다. 중국 지도부도 경제모델을 내수 중심으로 바꿀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지난해 11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3중전회)에서도 긍정적인 개혁조치를 내놓았습니다. 중국 경제의 과도기를 맞아 불확실성은 있지만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은 없고 2014년에 8.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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