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12월 12일] 파격적 기준금리 인하 이후 과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4.0%에서 3.0%로 1%포인트 내렸다. 금리를 한꺼번에 1%포인트씩 내리거나 금리수준이 3.0%까지 떨어진 것은 유례가 드문 일이다. 이 같은 파격적인 금리인하는 경기하강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데다 시중의 자금난이 심화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이 늦게나마 금융위기 타개를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 것은 평가 받을 만하다. 유가급락 등으로 물가상승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도 한은의 운신폭을 넓혀줬다고 할 수 있다. 지금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 상황과 전망을 감안할 때 한은의 공격적 금리인하는 적절한 조치다. 지난 10월과 11월 세 차례의 인하로 기준금리가 5.25%에서 4.0%로 낮아졌는데도 시중금리는 좀체 떨어질 줄 모르고 기업들은 극심한 자금난을 겪는 등 금융경색은 여전한 실정이다. 실물경기도 급속도로 가라앉고 있다. 생산ㆍ수출ㆍ투자ㆍ고용ㆍ소득ㆍ소비 등 각종 지표들은 거의 모두 환란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내년에도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더 나빠지지 않으면 다행으로 여겨야 할 판이다. 정부 관계자들조차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췄으며 국내외 민간연구소와 투자은행들의 마이너스 전망도 잇따를 정도다. 기준금리 인하는 시중금리 하락으로 이어져 기업과 가계의 자금사정이 호전되고 이자부담을 줄여 소비진작과 경기 활성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금리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와 한은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금리를 내려도 은행들이 대출을 꺼려 돈이 돌지 않고 있다. 은행 자체가 자금난을 겪고 있는데다 경기침체 가속화로 어느 기업이 언제 부도날지 모르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부실대출 증가에 따른 은행의 자산건전성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리인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살릴 기업과 죽일 기업을 가려 과감한 조치를 취하는 구조조정 작업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금융감독위원회의 은행 면책기준에 이어 감사원의 적극행정 면책제도 도입으로 신속한 구조조정의 발판도 마련된 만큼 옥석 구분에 속도를 내야 한다. 한은도 경기상황에 따라 추가 금리인하가 필요할 경우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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