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세상] '황금 감옥'에 자신을 가둬버린 인간의 탐욕

■금, 인간의 영혼을 소유하다 / 피터 L. 번스타인 지음, 작가정신 펴냄<br>국부·권력의 상징으로 인류 경제를 주도해온 金… 역사적 사건·비극 재조명


쿠엔틴 마시스 작(作‘) 환전상과 그의 아내’ . 탁자에서 금화 무게 측정에 열중하고 있는 남편과 그 옆에 앉아 성서를 펴놓고 돈을 바라보는 부인을 통해 인간과 금에 대한 욕망의 관계를 엿볼 수 있다.

인류 역사에서 금은 장식품과 화폐라는 2가지 역할을 해왔다. 권력, 영광, 아름다움, 안정에 대한 열정의 대상이었으며 탐욕의 상징이자 허영의 도구였다. 인간들이 숭배와 경의를 바치는 대상이었으며 20세기 중반까지도 화폐제도의 기반으로서 세계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1971년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 의해 금본위제가 폐지될 때까지 통화와 국제무역의 기초이기도 했다. 금은 그 뒤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약화됐지만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가 흔들리면서 최근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나가고 있다. 금값이 말 그대로 '금값'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책은 미국경제학자이자 투자자문가인 저자가 금을 주제로 인류 경제사를 조명한 것이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서정시인 핀다로스(Pindaros)는"금은 제우스의 자식이다. 나방도 녹도 그것을 집어삼키지 못한다. 그러나 인간의 정신은 이 최고의 소유물에게 먹혀버린다"고 금을 묘사했다. 문장 하나에 역사를 통해 인간이 금과 맺게 되는 관계를 담은 셈이다. 인류 역사에서 실제로 금은 인간에게 모순 덩어리다. 인간은 금이 피난처라고 믿어왔지만 금은 과도한 관심의 대상이 되면 저주가 돼 돌아왔다. 저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간의 집착과 탐욕이 어떻게 인류 경제의 흐름을 변화시켜 왔는지 살펴본다. 마이다스 왕의 일화에서 시작해 로마시대, 중세 흑사병의 만연과 스페인의 아메리카 정복, 20세기 초의 골드러시, 1차 대전과 대공황으로 인한 대변동 등의 사건들을 다룬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마르코 폴로와 샤를마뉴 대제, 뉴턴과 처칠, 리카도와 케인스 등 금과 관련됐던 역사적 인물들도 찾아간다. 금본위제가 폐기된 뒤 금의 영향력은 현저하게 약해졌지만 여전히 국부의 상징으로 활용되고 있다. 저자는 국책은행에 보관중인 금괴의 국제거래방식을 통해 금이 가진 또 하나의 단면을 묘사한다. 세계 각국이 맡긴 금괴들에는 각각 소유국을 나타내는 표시들이 새겨져 있을 뿐 방 밖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가령 프랑스가 국고가 부족해 독일에 금을 팔더라도 무거운 금괴를 독일까지 수송할 필요 없이 금괴에 찍힌 소유국의 표시를 바꾸기만 하면 된다. 저자는 이를 커다란 돌덩이로 원반을 만들어 그것을 화폐로 삼고, 너무 무거워 움직일 수 없는 경우에는 새겨진 표시를 바꾸는 것만으로 부의 이동을 나타냈던 야프 섬 원주민들의 방식에 비유한다. 또다시 금의 시대가 도래할까. 전세계는 그동안 과거의 금처럼 달러가 전세계 금융시스템을 유지해주는 아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어왔다. 19세기 영국 파운드와 같은 역할을 기대해온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달러도 파운드화와 마찬가지로 20세기 말 우연히 시스템의 우두머리가 된 것에 불과하고 그 어떤 우두머리도 영원히 살아남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달러의 패권 역시 영원할 것이라고 확신할 근거는 없다고 강조한다.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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