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전미경제학회]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인터뷰

"미 금리인상·유로존 위기·신냉전 우려가 경제 3대 리스크"<br>서방과 갈등 러, 대외채무 안갚으면 금융시장 큰 충격<br>글로벌경제 회복 위해 재정확대 등 수요창출 주력을<br>한국 저성장 극복하려면 서비스산업 적극 육성해야

전미경제학회(AEA)가 4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셰러턴 호텔에서 연례학술총회의 특별행사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을 초청해 오찬 행사를 갖고 세계경제의 향방을 진단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러시아 루블화 폭락 등에 따른 세계 금융시장 혼란 가능성, 미국의 나 홀로 경제 호조의 착시 논란 등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사진=맹준호기자


"글로벌 경제 부진의 근본 원인은 수요 부진 때문입니다. 통화완화정책으로는 글로벌 경제를 구할 수 없고 정부가 재정 확대 등을 통한 수요 창출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71·사진) 컬럼비아대 교수는 2일(현지시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멍청한 정치와 정책"이라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등 주요국의 재정 긴축정책은 이미 실패가 증명됐고 수요 증가가 해결책의 거의 모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그는 고령화, 빈부격차 심화, 고용 없는 성장 등으로 글로벌 경제의 장기침체 위험이 높아졌다며 "성장률을 올리려면 불평등 개선을 통해 국민 대다수의 소득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글로벌 경제의 3대 리스크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동시다발적인 자산가치 하락, 유로존 위기, 서방과 러시아 간의 신냉전 등을 꼽으면서 앞으로 2년 내에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비관론을 피력했다.


-올해 글로벌 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무엇인가.

△연내일지, 내년일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3대 리스크가 다가오는 중이다. 우선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주식·채권·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급락하고 이로 인해 몇몇 국가는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신흥시장은 물론이고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 증시는 저금리 등에 힘입어 국내총생산(GDP) 성장 속도에 비해 크게 올랐다. 유로존 위기도 문제이며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으로 신냉전이 발생할 가능성도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반발, 대외채무를 갚지 않겠다고 선언한다면 금융시장은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유로존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유로존은 경기침체에 다시 빠질 위험이 크다. 진짜 문제는 단기적인 성장전망이 아니라 유로존의 펀더멘털 자체가 불안하다는 점이다. 독일 주도의 긴축정책은 많은 나라에 너무나 큰 고통을 주고 있다. 유로존 경제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일본이 경험한)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할 수 있다. 유로존의 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그리스가 올해 유로존에서 이탈할 확률이 높고 잔류하더라도 내년, 내후년에 똑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것이다. 그리스와 비슷한 처지로 내몰리는 국가가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이 궁극적으로 붕괴될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지만 그리스가 첫 번째 테스트다.

-미 경제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강하다는 평가가 많은데.

△미국 경제의 성장세는 평범한 수준이다. 단지 유럽 등 나머지 국가와 비교할 때 좋게 보일 뿐이다. 또 미국은 운이 좋았다. 셰일혁명, 페이스북·구글과 같은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기업의 선전 등의 혜택을 받았고 유럽과 달리 긴축정책의 강도도 낮았다. 오히려 내 관심사는 이 같은 여러 강점에도 미 경제가 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느냐는 점이다. 미국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10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파트타임 근로자 등을 고려하면 실제 실업률은 10% 정도까지 올라갈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취약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관련기사



△미국 경제는 금융위기 이전부터 병이 들었다. 부동산 붐과 같은 스테로이드를 맞으며 유지됐다. 이는 결코 지속될 수 없다. 근본적인 문제는 미국의 불평등 심화이다. 경기회복 이후 최초 3년간 성장 혜택의 95%는 상위 1%에 돌아갔고 대다수 미국인의 소득은 크게 늘지 않았다. 또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회사 수익에서 가져가는 비중이 늘면서 재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방해하고 있다. 성장률을 올리려면 국민 대다수를 더 부유하게 만드는 정책을 펴야 한다.

-글로벌 경제가 부진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수요가 없으면 투자와 일자리가 증가할 수 없다. 하지만 주요국들은 수요를 질식시키는 정책을 폈다. 유로존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경제가 강한 회복세를 보이기도 전에 소비세 인상이라는 정책 오류를 저질렀다. 미국도 일정 부분 긴축정책을 펴면서 공공 부문의 일자리가 금융위기 이전보다 65만개 줄었다. 중국의 수요 둔화도 신흥국 성장 악화를 부르고 있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미인가.

△주요국은 자본지출보다 훨씬 높은 투자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폭넓은 공공투자수단을 갖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올해 직면한 글로벌 경제의 큰 문제는 경제가 아니다. 문제는 멍청한 정치와 정책이다. 지난 1992년 미 대통령선거에서 빌 클린턴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간명한 슬로건 때문에 당선했다. 지금은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수요, 수요, 수요'가 필요하다.

-부의 재분배를 강조하는데 불평등 악화는 어떻게 막을 수 있나.

△크게 두 가지로 세금 부과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저소득층을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한편 독점 규제 등을 통해 소득을 이전시켜야 한다. 다음으로 자본이득 과세 등을 통한 재분배정책을 펴서 세후소득을 더 공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경제에 기여한 만큼 혜택을 받아야 하고 세금이 늘어나면 경제활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많은데.

△성장률이 높더라도 대다수가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제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실패한 것이다. 또 경제가 한쪽으로 집중되면 결국 생산력이 위축되게 된다. 생산성 증가에 기여한 사람과 최상위 부자가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레이저·트랜지스터 발명가, 컴퓨터·DNA 연구자 등 가장 생산적인 분야에 기여한 사람 가운데 최상위 부자가 없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또 세수가 증가하면 정부 투자가 늘어난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약력 △1943년 미 인디애나주 게리 △1967년 MIT 경제학 박사 △1974년 스탠퍼드대 교수 △1995~1997년 미국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 의장 △1997~2000년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수석부총재 △2001년~ 컬럼비아대 교수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 △2012년 국제경제학회 의장


최형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