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그레이트챌린지코리아] 특별인터뷰 <1> 김인준 한국경제학회장

"개도국에 원조 확대등 선진국에 걸맞은 역할해야"


SetSectionName(); [그레이트챌린지코리아] 특별인터뷰 김인준 한국경제학회장 "개도국에 원조 확대등 선진국에 걸맞은 역할해야" 대담=안의식 경제부장 miracle@sed.co.kr 정리=이상훈기자 flat@sed.co.kr 사진=김동호기자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우리나라 경제학계를 대표하는 정통 경제학자인 김인준(62) 한국경제학회 회장(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은 "앞으로 5%씩의 성장세만 이어간다면 5년 안에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이제부터는 우리나라가 세계의 중심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2010년 새해를 앞두고 구랍 29일 서울대 사회과학관 6층 연구실에서 가진 특별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이제는 스스로 자부하는 선진국이 아닌, 남이 진정으로 인정해주는 선진국으로 거듭나야 할 때"라며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대우받고 싶다면 이제부터라도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경제신문은 오는 11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대한민국의 국격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 맞춰 '그레이트 첼린지 코리아'라는 이름 아래 각계 주요 인사들과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심층 모색하는 신년 특별 인터뷰를 기획했다. 출구전략 앞서 구조조정 에너지분야등 집중 투자를 年5% 성장세 이어가면 5년내 선진국 될수 있어 -서울경제신문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의 3분의2는 앞으로 10년 안에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언제쯤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요. ▦관점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앞으로 5년간 매년 5%씩 꾸준히 성장한다면 선진국에 들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전세계에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중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달러를 넘는 나라는 7곳밖에 없습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여러 제조업에서 세계 제1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않습니까. 이제는 우리 경제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도 좋습니다. -올해 우리나라는 G20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명실상부한 세계의 중심 국가로 한 단계 도약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경제뿐 아니라 다방면에서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할 텐데요. ▦경제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경제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우리가 선진국임을 자부한다면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했지만 여전히 GDP에서 대외원조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낮습니다. 이러면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포항제철 건립, 신도시 개발 등 우리의 경제개발 경험들을 케이스 스터디로 개발도상국들과 나눌 수 있습니다. 단순히 돈을 주는 원조 말고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습니다. -경제 전반에 대한 얘기를 좀 여쭙겠습니다. 세계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게 사실인데요. ▦지난 2년간 하강 국면을 겪은 만큼 회복하는 데도 그만큼의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그러나 내년 세계경제 상황을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닙니다. 두바이 사태나 그리스 재정위기 등의 문제가 있지만 더블딥으로 갈 만큼 심각하지는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W자형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크게 봐서는 U자형 회복을 보이면서 중간중간 범프(작은 하강 국면)가 나타나는 모습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이 구조개혁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5년 안에 또 한번 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 -내년 한국 경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정부는 내년 5% 성장률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는데요. ▦4%대 후반 성장은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당장 내년의 가파른 회복세에 안주하기보다는 최근 3~4년간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거뒀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내년 우리 경제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불확실성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관건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경제의 변수로는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부동산 문제를 먼저 꼽아볼 수 있습니다. 부동산은 개인소비부터 기업 투자에 이르기까지 경제 전분야와 직결됩니다. 부동산 시장은 앞으로 경착륙만 하지 않으면 됩니다. 잘못하면 금융 부문에 곧바로 악영향이 올 것이고 이는 실물 부문에까지 파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구조조정 또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요. 우리나라가 이번 위기를 이 정도로 넘길 수 있었던 것은 IMF 외환위기 당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한번 거쳤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지금이 구조조정의 적기입니다. 급격히 나빠질 때는 오히려 손을 대기 어렵고 반대로 상황이 좋을 때는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금융구조 개혁도 변수입니다. 금융위기가 우리나라에서 직접 발발되지 않아 이 점이 간과된 측면이 있습니다. 특히 이번 위기에서 국내 금융기관들의 (단기외채 등) 부채 문제가 불거진 것은 우리로서는 치르지 않아도 될 비용을 쓸데없이 지불한 것입니다. 금융기관의 건전성 문제부터 사외이사 문제까지 우리 금융 산업 전반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년 경제 분야의 최대 이슈는 역시 출구전략이 아닐까요. ▦출구전략을 단순히 금리 문제로 볼 것인지, 중소기업 만기연장과 같은 각종 응급처치를 마무리하는 것까지 포함할지에 따라 그 시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시기를 섣불리 점치는 것은 어렵지만 다만 출구전략에 앞서 필요한 구조조정을 먼저 하고 그 다음 출구전략을 세우는 게 바람직합니다. 금리 문제는 환율 문제, 자본이동 등 국제적으로도 복합한 요인들이 많습니다. 개방경제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상대국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일부에서는 내년 2~3월에 금리를 올리자고 하지만 그래봐야 앞으로 두 달입니다. 당분간 상황 변화를 지켜보고 그 뒤에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정부는 내년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일자리 창출을 꼽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경제성장=일자리'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고 일자리의 질적인 면에서도 결코 만족스럽지 못한 게 현실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문제는 실업률도 낮지만 고용률 또한 낮다는 점입니다.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장기적인 대책이 절실합니다. 정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맞춤형 정책이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대졸 실업자를 위한 대책, 여성 실업자를 위한 정책, 고령층을 위한 대책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한편으로는 선진국에 진입하고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교육ㆍ의료ㆍ금융 분야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서비스 산업이 커버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일자리 창출 측면으로나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차원으로나 이 문제가 매우 중요합니다. 의료 분야를 예로 들어볼까요. 해외에 사는 제 친구들 중 상당수가 종합검진을 받는다고 한국에 옵니다. 병원도 훌륭하고 값도 싸고 시간도 하루 이틀이면 충분하다는 겁니다. 이미 의료 분야는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췄습니다. 여기에 바이오 산업 등을 연계하면 우리의 차세대 성장동력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100% 만족할 수 없을지라도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합의를 만들어낸다면 우리 경제가 도약하는 데 서비스 산업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먹을거리 창출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런데 기업들은 과거처럼 섣불리 투자를 못하고 있죠. 노사 문제 또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는데요. ▦우리 기업들이 세계적 경쟁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둔 데는 환율효과의 영향이 큽니다. 결코 자만해서는 안 됩니다. 투자하는 데 신중을 기할 필요도 있지만 과감하고도 선제적인 모습도 필요합니다. 특히 에너지 분야나 바이오 분야는 앞으로 정부나 기업 모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정책을 펼 필요가 있습니다. 노사 문제 역시 우리 기업이 도약하는 데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이지요. 크게 보면 우리의 산업구조가 변하는 데 발 맞춰서 노사 문제도 서서히 풀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과거 미국에서 최고로 힘센 사람이 노조위원장이었습니다. 서비스 산업으로 넘어가면 자연스럽게 노조 역할과 위상이 바뀝니다. 노조가 먼저 인식을 해야 합니다. -한국 사회가 당면한 또 하나의 큰 문제가 저출산ㆍ고령화인데요. ▦제가 학교에 몸담고 있어서 그런지 이 문제는 결국 교육 문제와 연결시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 특히 교육비가 너무 많이 드는 게 문제입니다. 의료비 문제나 연금 문제도 있겠지만 정부가 공교육을 내실 있게 다지는 게 저출산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교육 시장을 개방하고 자립형 사립고 설립을 확대하되 늘어나는 학교 정원의 30%에 대해서는 장학금과 기숙사를 보장하는 식의 정책도 필요합니다. 무조건 외고를 규제하는 식의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수요에 걸맞게 공급하면서 이에 대한 보완책을 적절히 펴나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고 있는 현 경제팀에 대해 한말씀 하신다면. ▦사상 유례없는 경제위기를 헤쳐오는 데 우리나라의 모든 주체들이 열심히 노력했지만 특히 정부의 공을 결코 간과할 수 없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우리 경제팀의 능력은 탁월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에 안주해서는 안 됩니다. 위기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관(官)의 역할이 필요 이상으로 커질 경우 우리 경제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경제팀 모두가 마음에 새기기를 바랍니다. ◇ 김인준 교수 약력 ▦1948년 경기도 화성 ▦경기고, 서울대 상대 졸업 ▦미국 다트머스대 학사,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1980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1992~1995년 산업자원부 무역위원회 위원 ▦1994~1998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2001~2003년 한국금융학회장 ▦2003~2004년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2004~2005년 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회의 은행분과위원장 및 민간위원장 ▦2005~2008년 한국투자공사(KIC) 운영위원장 ▦2009년~ 한국경제학회장,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장 올 경제 3대 숙제는부동산구조조정금융구조 개혁 새로운 10년을 맞이하는 2010년 한국 경제의 3대 숙제로 김인준 한국경제학회 회장은 부동산 문제와 구조조정, 금융구조 개혁을 꼽았다. 김 교수가 무엇보다도 우려하는 부문은 바로 부동산 문제. 우리 경제의 구조상 부동산은 개인소비부터 기업 투자에 이르기까지 경제 전분야와 직결돼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교수는 "부동산 문제는 한꺼번에 푼다는 욕심을 버리는 대신 경착륙만 하지 않겠다는 목표를 가져야 한다"며 "잘못하면 금융 부문에 곧바로 악영향이 올 것이고 이는 실물 부문에까지 파장이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 경제의 또 하나의 숙제로 김 교수는 구조조정 문제를 꼽았다. 우리나라가 이번 위기를 이 정도로 넘길 수 있었던 것은 IMF 외환위기 당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한번 거쳤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난해 말 금호그룹이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정부 주도하에 해운 등 일부 업종에 대해 구조조정을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게 사실이다. 김 교수는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지금이 구조조정의 적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급격히 나빠질 때는 오히려 손을 대기 어렵고 반대로 상황이 좋을 때는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한다"며 "모두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하겠지만 바닥을 치고 올라가기 시작한 지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구조 개혁도 올해 한국 경제가 풀어야 할 과제다. 금융위기가 우리나라에서 직접 발발되지 않아 이 점이 간과된 측면이 있지만 이 부문을 개혁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한국 경제에 짐이 될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김 교수는 "특히 이번 위기에서 국내 금융기관들의 (단기 외채 등) 부채 문제가 불거진 것은 우리로서는 치르지 않아도 될 비용을 쓸데없이 지불한 것"이라며 "금융기관의 건전성 문제부터 사외이사 문제까지 우리 금융 산업 전반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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