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관광이 아니라면 홍콩은 그다지 매력적인 여행지는 아니다'라고들 하는데 지난주 6년 만에 홍콩을 다시 찾았던 기자는 사실 홍콩의 쇼핑 관광에 대한 기대가 거의 없었다. "어지간한 물건은 다 한국에 있는데…."라는 지레짐작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선입견과 환율부담이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홍콩은 매력적인 쇼핑 도시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우선 세련된 상술이 그랬다. 소비자와 판매자가 모두 흡족해할 만한 판매전략이 눈에 띄었다. 편의점부터 백화점까지 거의 모든 상점이 두 개를 사면 10~50%씩 할인해주는 상술을 활용하고 있었다. 그게 뭐 대단한 일이냐고 할 법도 하지만 막상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을 손에 쥐게 되면 여지없이 하나를 더 살지 말지 고민에 빠지고 만다.
여기에다 홍콩의 상점에서는 사소한 배려가 일반화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홍콩의 상점직원들은 고객이 구경할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줬다. 일부의 일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매장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직원이 다가와 끊임없이 추천상품을 내는데 이는 손님을 귀찮게 만들어 내쫓는 일이나 다름없다.
또한 홍콩상점들은 어디나 직원이 습관처럼 창고에서 새 제품을 꺼내주는 것도 매우 신선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무심하게 진열상품을 포장해주는 경우가 꽤 있는데 작지만 세심한 성의로 고객의 마음을 사는 홍콩상인들의 노하우는 배울 만하다.
이 밖에도 홍콩에 견주어 우리가 달라져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일례로 가뜩이나 시끄러운 번화가에서 서툰 외국어로 고래고래 소리치며 호객행위를 하는 촌스러운 우리나라 상술은 이제 바뀌었으면 좋겠다.
홍콩에 다녀온 후 최근 한국을 다녀갔다는 일본 블로거의 글을 보게 됐다. 이 블로거는 "한국 화장품이 값도 싸고 질도 좋다"고 적었으며 "김은 너무 맛있어서 더 사오지 않은 게 후회된다"고 아쉬워했다. 훌륭한 평가이고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만도 하다.
그러나 홍콩을 생각하면 이만한 평가를 받을 만한 수준을 갖췄다고 만족할 일이 아니다. 이제는 정부든 기업이든 보다 세심한 셀 코리아(Sell Korea)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관광자원이 있는 나라가 아닌 이상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