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의 대표 CEO] 대상 박성칠 대표

무기력증 시달리던 사내 곳곳에 활력 심어<br>프리미엄 제품 등 차별화로 승부<br>소재산업 글로벌 진출도 이끌어


대상의 박성칠 대표는 창립 53년인 지난 2009년 외부에서 처음으로 영입한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당시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던 대상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투입된 구원투수의 역할을 맡았다. 그가 대상에 오게 된 결정적 이유는 경영혁신 전문가로서의 명성 때문이었다. 지난 1993년부터 2006년까지 삼성전자에서 경영혁신을 맡아 일해온 덕분에 전혀 다른 업종인 식품 분야지만 둥지를 틀 수 있었던 것. 박 대표는 "경쟁력의 핵심이 업종마다 고유한 것은 아니다"며 "식품 분야에 문외한이었지만 결국 경영의 핵심은 다 통하기 마련"이라고 말한다. 박 대표의 취임 이후 대상의 실적은 무기력증을 털어 낸 듯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2006년 1조189억원을 기록했던 매출이 2007년 9,621억원, 2008년 9,202억원으로 줄곧 내리막을 걷다 2009년 1조90억원으로 반전에 성공했고, 지난해 1조2,023억원을 올렸다. 박 대표가 취임 이후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바로 글로벌화와 차별화다. 그는 포화 상태인 내수 시장을 벗어나 세계로 나가야 비전이 있고, 내수 시장에서도 남들이 다 만드는 미투(Me, too)제품이 아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제품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점을 직원에게 늘 강조하고 있다. 특히 박 대표는 계획을 짜고 실행한 뒤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경우 철저한 원인 분석에 매달릴 것을 주문한다. 그는 "계획하고 실행한 뒤 그 차이를 분석하고 다시 이런 패턴을 반복하는 게 경영의 요체"라며 "계획하고 실행만 하고서 그 차이에 대해 둔감하면 발전이 없다"고 강조했다. 해외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는 박 대표는 바이오ㆍ전분당 등 소재 사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 대상의 사업부는 크게 식품ㆍ바이오ㆍ전분당 등 3개로 나뉘는데, 식품사업 부문은 종합식품 브랜드 청정원과 자회사인 대상FNF의 종가집으로 소비자에게 친숙한 편이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바이오사업부에서는 L글루탐산나트륨(MSG)ㆍ핵산ㆍ아스파탐 등의 식품 및 의약품 소재를, 전분당사업부에서는 미국이나 남미에서 들여온 옥수수를 원료로 전분 및 전분당을 만든다. 박 대표는 소재 사업이 성장해야 글로벌화가 가능하다는 확신이 서 있다. 그는 "소재 사업은 식품 사업과 달리 응용 분야가 넓고 기술력만 있으면 해외 시장 공략이 가능하다"며 "식품과 나머지 2개 사업부의 매출 비중이 아직 2대1 정도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소재사업을 더 키워나가야 승산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소매사업에서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치열한 시장경쟁을 돌파해야 한다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박 대표는 "대상의 1등 브랜드로는 순창 고추장, 마시는 홍초 등이 있는데 최근 카레여왕, 스파게티 소스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런 제품들은 모두 소비자에게 어필할 만한 장점을 갖췄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대표가 연구소에 '밸류크리에이션센터(Value Creation Centerㆍ가치창조센터)'를 만들어 제품개발을 독려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VCC 연구원들은 시장조사 등을 통해 식품 분야의 중장기 개발계획을 세우고 기초 연구에 몰입한다. 소금기가 적은 김치나 장류 등은 개발만 되면 시장에서 크게 인기를 끌 수 있으며, 이는 연구개발(R&D) 활동을 통해 가능하다는 게 박 대표의 소신이다. He is ▦1955년 서울 출생 ▦1978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80~1983년 외환은행 근무 ▦1987년 미 오리건대 대학원 경영학박사 ▦1987년7월~1993년6월 미 일리노이주립대 조교수 ▦1993~2000년 1월 삼성전자 이사 ▦2000년 2월~2003년 3월 i2테크놀로지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2003년 4월~2003년 12월 삼성SDI 경영혁신본부장 ▦2004년 1월~2006년 1월 삼성전자 경영혁신단 전무 ▦2009년 3월~ 대상 대표이사 사장
직원 창의력 향상 위해 호칭ㆍ유니폼 규정 없애
● 朴대표의 끝없는 혁신 박 대표는 직원들의 창의력 고양을 위해 이런 저런 변화를 주고 있다. 그 첫 걸음으로 직원들이 일률적으로 입고 있던 회사의 유니폼을 벗어 던졌다. 업무에 자율성과 효율성을 높인다는 목적 아래 복장 자율화를 시행한 것. 직원들은 근무 시 노타이에 캐주얼 복장 등으로 자신의 개성을 살린 스타일로 출근하고 있다. 또 수평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 호칭을 '매니저'로 변경해 팀장과 본부장을 제외한 일반 사원들의 호칭을 일원화한 점도 눈에 띈다. 박 대표는 "위에서 시키는 일만 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는 이유는 이런 것들의 영향"이라며 "호칭과 유니폼에 대한 규정을 없애 사내 분위기를 바꾸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그가 평소 직원들에게 "농부적 근면성에서 벗어나라"며 "성실하기보다는 창의성과 성과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저녁 7시 이전에 강제퇴근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업무시간 동안의 집중도를 높이는 동시에 퇴근 후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자기계발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는 게 박 대표의 의중이다. 여기에는 그의 젊은 시절,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회한도 녹아 있다. 그는 "호떡집에 불 난 것처럼 해서는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만들 수 없다"며 "충분히 자기 시간을 갖고 여유를 느껴야 쓸만한 생각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을 만드는 것도 박 대표의 목표다. 그는 "식품은 주로 여성 고객이 주로 사는데, 회사에서는 결혼한 여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올 3월에 직장보육시설인 '청정원 어린이집'을 개원했는데, 워킹 맘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 나와 의견이 조금 다르더라도 새로운 것을 과감하게 시도하는 사람이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인재가 많아져야 한다"며 "그런 직원이 많이 생기는 그런 직장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