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국내경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현실화

4%대 물가 당분간 지속…내수 둔화로 경기전망도 악화<br>1분기 소비·투자·건설 일제 부진<br>추경편성등 경기부양책 속도낼듯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유가, 원자재ㆍ곡물 가격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원ㆍ달러 환율마저 크게 올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당기 간 4%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또 수출 호조세 유지에도 불구하고 민간소비ㆍ일자리 등 내수위축이 지속돼 경제성장은 둔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MB노믹스가 초반부터 큰 파도를 만나 제대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의 늪 앞에 다가서=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침체(stagnation)와 물가상승(inflation)의 합성어다. 미국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을 때 경기침체라고 표현한다. 현재 우리 경제의 고물가ㆍ저성장 국면은 엄밀히 얘기해 스태그플레이션은 아니다. 소비자물가가 올 1~4월 전년동기 대비 4% 오르면서 한국은행의 물가 목표치(2.5~3.5%)를 웃돌았지만 경기침체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고물가와 경기둔화가 겹치면서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우선 물가가 우려 요인이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나 급등했다. 4%대의 물가상승률은 2004년 8월(4.8%) 이후 3년8개월 만에 처음이다. 생활물가는 지난달 5.1%나 상승했다. 더구나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다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4%대 물가는 최소한 2ㆍ4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4월 생산자물가는 전년동기 대비 9.7% 오르며 1998년 11월 11.0%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통상 생산자물가는 한두달 뒤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공산품은 원유ㆍ곡물ㆍ금속소재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음식료품ㆍ석유제품ㆍ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대다수 제품이 올라 전달보다 3.7% 상승했다. 지난해 동기에 비해서는 13.6% 급등해 1998년 10월 13.8%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국제 원유가격이 계속 상승했고 환율도 오르고 있어 앞으로 상당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상한선을 웃도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다만 원유가격과 환율이 안정된다면 연말쯤 가서는 물가상승률이 내려오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말했다. ◇내수위축이 경기둔화세 주도=물가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률 둔화는 뚜렷해졌다. 지난 1ㆍ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7%로 2004년 3ㆍ4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우리 경제가 하강 국면에 진입했고 추가적인 경기위축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비관적인 전망은 소비ㆍ투자ㆍ건설 등 내수위축 때문이다. 올 1ㆍ4분기 민간소비는 전년동기 대비 3.5%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2005년 1ㆍ4분기(1.6%)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재정부는 “4월 소비자판매도 증가폭이 3월에 비해 소폭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ㆍ4분기 설비투자도 전 분기 대비 0.1% 줄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건설투자도 전년동기 대비 -0.7%, 전 분기 대비 -1.0%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고용이 문제다. 3월 취업자 수는 내수부진, 유가급등, 대외 여건 악화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면서 전년동월 대비 18만4,000명 느는 데 그쳤다. 고용사정 악화는 ‘국민들의 구매력 약화→소비 및 기업투자 부진→내수위축→경기둔화’의 악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관심사는 정부의 경기부양책이다. 재정부가 9일 그린북에서 “경기안정을 위한 정책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이 짙다. 전문가들은 성장보다 물가안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지만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경기 하강세를 피부로 느끼게 되면 대책마련의 목소리도 높아질 것이라는 게 재정부의 속내다. 특히 규제완화ㆍ감세 등 논란이 별로 없는 정책들은 추진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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