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4월 15일] 석유시장의 정치화와 투기화

[기고/4월 15일] 석유시장의 정치화와 투기화 김현진(서울과학종합대 교수ㆍ환경경영학) 원유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가격의 초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실물경제로의 파급이 가시화되고 있다. 소비자 물가는 치솟고 기업들은 채산성 악화에 애를 태우고 있다. 물가상승에 따른 소비감소와 기업들의 투자위축이 지속될 경우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레미콘ㆍ아스콘 업계 등 국제원자재 가격 급등의 직격탄을 맞게 된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납품중지ㆍ파업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난 수년간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국제유가는 지난 2002년 배럴당 25달러 수준에서 불과 5년 만에 배럴당 100달러 시대를 맞이했다. 유가 상승세가 한풀 꺾일 때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거품론’과 함께 급락 가능성을 제기했다. 유가가 오르면 석유수요가 줄게 되고 공급은 증가해 가격은 다시 시장의 기능에 의해 재조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기본적인 논리이다. 하지만 이 논리는 기대하고 있는 시장의 기능이 왜곡되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석유시장은 급격한 ‘정치화’와 ‘카지노화’의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미국과 중국은 가격보다 확보를 우선시하는 전략을 구사한 결과 ‘유가 안정’이라는 소비국 공통의 이해(common interest)를 달성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은 유가 급등의 와중에서도 전략비축유(SPR)를 5.5억배럴에서 7억배럴까지 확충했다. 중국의 국영석유기업들은 정부의 강력한 정치적 지원을 바탕으로 시장가격을 도외시한 채 자원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자원 보유국들은 외국자본을 배척하며 자원내셔널리즘을 강화한 결과 정상적인 자원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한편 석유 수급의 타이트한 상황, 저금리, 달러화 약세 등을 배경으로 원유시장으로 몰려드는 투기자금으로 석유시장은 급속히 ‘카지노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금융시장에서 막대한 손해를 본 투기자금들이 이를 만회하려는 듯 원자재 시장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금융시장과의 연계가 강화되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상황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자원시장의 정치화와 투기장화는 앞으로도 자원가격의 불안정성을 확대시킬 수밖에 없다. 보다 중장기적 시각에서 보더라도 자원에 대한 급증하는 수요는 공급 능력의 범위를 넘어설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은 국제관계의 갈등을 야기하면서 핵심 이슈로 부상할 것이다. 이제 우리 정부와 산업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단기적이고 소극적인 임기응변식의 대응책을 내놓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건설적인 방향의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우선, 고유가의 장기화에 대비한 에너지 안보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전방위적인 자원외교와 함께 기존 에너지 체계가 직면한 도전이 가져올 차세대 에너지 경쟁에 대비하는 구체적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 미래 에너지원에 대한 핵심기술개발을 위해서는 민간기업의 역할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정부가 과감한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이제까지 소홀해왔던 에너지 효율 제고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 에너지 효율적인 경제사회시스템 구축은 지속가능한 유전ㆍ가스전 확보의 효과를 지닌다. 산업ㆍ가정ㆍ수송부문의 에너지 효율을 제고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국토개발계획ㆍ신도시개발에서 건물의 설계에 이르기까지 에너지와 환경을 배려하여 기존 시스템을 바꿔나갈 경우 에너지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신산업 육성과 고용증대 효과를 동시에 만족시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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