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 혁명으로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유럽 제조업체들이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대거 옮기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독일 최대 종합화학 업체인 바스프는 미 루이지애나주에 건설 중인 포름산 생산공장을 포함해 최대 57억달러 이상을 미국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덜란드의 로열더치셸은 이미 지난해 펜실베니아주에 정직원 수백명을 고용하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석유화학 공장 설립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오스트리아 철강업체인 푀스트알피네도 지난달 미 텍사스주에 공사비 7억1,500만달러 규모의 제철소 건립계획을 발표했다.
이처럼 유럽 제조업체들이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는 것은 한마디로 천연가스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철강ㆍ화학공업은 주원료인 천연가스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2007년 유럽의 80%선에서 올해 2월 현재 100만BTU당 3.32달러로 11.77달러인 유럽의 4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더구나 이 같은 천연가스 가격차이는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에너지 수출국이라는 지위 달성과 값싼 에너지를 통한 제조업 부흥을 위해 셰일가스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5년이면 미국이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생산국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바스프의 한 고위임원은 "유럽이 셰일가스 개발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유럽 기업의 미국행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유럽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침체에 시달리는 마당에 주요 제조업 이탈마저 속출하면서 산업경쟁력이 약화되고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 유럽 철강업체들의 이익집단인 유로페르의 고든 모팻 책임관리자는 "미국 경쟁업체에 비해 갈수록 불리한 위치로 내몰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로베르트 오스발트 바스프 노조위원장은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이 유럽보다 싼 상태가 유지된다면 당연히 일자리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셰일가스 붐이 과도하다는 경고도 한편에서 나오고 있다. 미 에너지 업계 주요 매체인 '파워스에너지인베스터'의 빌 파워스 편집인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셰일 거품은 2008년에 터진 미국의 주택거품과 흡사하며 앞으로 10년 이상 가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