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공공기관들을 중심으로 과도한 기본 연봉체계를 구조조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구체적인 수술항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관에 따라 급여성 복리후생비 자체의 총액 인상을 억제하거나 직원들의 자녀 교육비, 휴가비 등 지출규모가 큰 부분을 축소·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일부 기관은 노조에 대해 급여성 복리후생비나 기본급 중 택일해 삭감하도록 압박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통상 부문의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과도한 복리후생을 줄이는 계획에 대해 노조가 합의해줄 수 없다고 버티면 정부가 정해준 총인건비 인상률 상한 이내의 범위에서 기본급 인상분을 일부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정부가 공공기관들에 내린 총인건비 인상률 상한선은 1.7%. 따라서 복리후생 구조조정에 노조가 협조하지 않으면 이 범위 내에서 기본급 인상분을 최대한 깎아내겠다는 뜻이다.
일부 발전 부문 공공기관을 비롯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또 다른 공공기관 가운데서는 아예 임금교섭시 기본급만을 대상으로 삼는 방안을 검토하는 곳들도 있다. 그동안 일부 기관들은 급여성 복리후생비도 기본급에 연동해 인상해왔으나 올해에는 이 같은 관행에 제동을 거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이 같은 방침이 현실화하면 급여성 복리후생비 중 상대적으로 지출규모가 큰 분야부터 축소·폐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공공기관 관계자들은 전했다.
공공기관들이 한 해 지출하는 복리후생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직원들의 자녀 학자금, 각종 기념품비, 명절휴가비, 의료비, 경로효친비 등이다.
실제로 서울경제신문이 정부의 중점관리대상에 오른 32개 공공기관들의 지난 2012년도 복리후생비 지출내역을 분석해보니 그해 지출된 총 3,322억9,000만원의 약 60%(2,094억9,000만원)가 명절휴가비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기타항목이었다.
학자금도 이 중 약 485억원에 달했는데 실제 학자금 지원액은 이보다 훨씬 크다. 급여성 복리후생비의 또 다른 항목인 선택적 복지비(총 646억여원 지출)는 자녀 학원비 등으로 쓸 수 있는 복지 포인트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기념품비 또한 연간 총 199억원이나 지출돼 대표적인 낭비성 지출로 꼽히고 있다. 그중에서도 석유공사는 장기근속·정년퇴직은 물론이고 자녀진학 축하용으로까지 기념품을 제공해 눈총을 샀다.
물론 급여성 복리후생비 지출 총액이 큰 곳 가운데는 철도공사처럼 3만명에 달하는 인원 수 때문에 비용지출 자체가 커보이는 곳도 있다.
반면 수출입은행·한국마사회·한국거래소·코스콤 등은 기획재정부의 분석 결과 2010년부터 3년간 직원 1인당 복리후생비가 연간 1,000만원을 훌쩍 넘는 기관으로 꼽혀 당국이 구조조정의 고삐를 더 바짝 조이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한국조폐공사·부산대병원·한국가스기술공사·한국전력기술·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예탁결제원 등도 상대적으로 직원 1인당 복리후생비가 과도한 대표 기관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복리후생비 축소·폐지 움직임에 대해 일부 공공기관 노조들은 형사고발 등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복리후생의 문제는 정부 지침보다 노사 단체협상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소속 기관장이나 유관부처 장관 등을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다는 게 이들 노조의 견해다.
하지만 노조가 정부를 상대로 과도하게 투쟁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게 공공기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예산, 정원, 각종 사업추진 권한 등을 쥐고 있기 때문에 노조가 무리하게 복지를 챙기려 하면 보다 큰 틀에서 예산·조직·사업축소와 같은 된서리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식비 등 일부 급여성 복리혜택은 현실적으로 필요성이 인정되는 부분이므로 가급적 노조의 입장을 이해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