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한국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조 편성 결과를 놓고 그렇게 크게 기뻐할 이유는 없다. 각 대륙에서 강팀들만 32개국이 나왔는데 그 가운데 약한 팀이 어디 있겠는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만 보면 우리가 최약체 중 한 팀으로 꼽힐 만하다.
하지만 그래도 16강이 희망적인 것은 러시아와 벨기에가 한 조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물론 벨기에는 신예들의 패기가 대단한 팀이고 러시아도 만만찮은 강팀이기는 하다. 그래도 이들을 전부 이길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은 바로 홍명보 감독의 인적 네트워크다. 홍 감독은 거스 히딩크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의 배려로 올 1월 러시아로 코치 연수를 떠났다. 그는 러시아 강호 안지 마하치칼라 구단에 들어가 6개월간 그곳의 스태프들과 동고동락했다. 6개월은 짧다면 짧은 시간이겠지만 홍 감독이라면 러시아 축구를 정밀하게 관찰하는데 모자람이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같은 현지 경험을 바탕으로 1차전 상대인 러시아를 잡고 시작하면 16강은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 3차전 상대인 벨기에와의 만남에 있어서도 홍 감독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다. 역시 안지 연수에서 비롯된 것이다. 안지 구단에는 홍 감독과 친구 사이가 된 네덜란드인 코치가 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잘 알려졌듯 축구에 있어 한국과 일본의 관계라고 보면 된다. 숙명의 라이벌이자 그만큼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 홍 감독의 친구인 네덜란드인 코치도 최근 벨기에 축구의 급성장과 전력에 대해 꿰뚫고 있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다. 벨기에와의 일전에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
나는 한국이 H조에서 애당초 ‘2승을 거둬 승점 6을 따내지 못하면 16강에 못 간다’는 생각으로 임하기를 바란다. 러시아를 꺾은 뒤 알제리전에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다. 물론 2차전까지 2승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마지막 벨기에전은 총력전이다. 홍 감독은 발표만 안 했을 뿐이지 이미 선수 구성은 확정해 놓았을 것이다. 후반 조커 요원이라든지 미세한 부분까지는 결정하지 못했더라도 90% 이상 준비를 마쳤을 것이며 또 그래야만 한다.
이제 모든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은 스태프들을 상대팀별로 나눠 세밀한 전력 분석에 들어가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러시아와 벨기에의 전력 분석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베일에 싸인 알제리다. H조에서 최약체라는 생각을 잊고 선수 면면 등 그들의 모든 것을 뒤집어 보아야 한다.
/박항서 K리그 상주 상무 감독
(전 국가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