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Story]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

"난관 닥치면 끝까지 파고들어 해결…카드사 수장까지 꿰찼죠"


말단 은행원 시절 '행동의 힘' 소중함 깨달아 지점장땐 영업 평가 5회연속 '최우수' 받기도
"정부의 카드사 규제 큰 틀에선 방향 맞지만 수수료율 더 내리는 건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최기의(56ㆍ사진) KB국민카드 사장을 한번이라도 만나본 사람들은 호쾌한 웃음으로 그를 기억하고는 한다. 직접 마주앉아 얘기해보니 실제로도 그랬다. 인터뷰 중간에 간헐적으로 터져나오는 '껄껄껄' 웃음소리는 대화를 매끄럽게 이어주는 윤활유로 작용했다. 호탕한 웃음은 거침없는 언변과 어울려 자신감과 긍정의 마인드를 전해주기도 했다. 최 사장은 지금이야 대형 카드사의 최고경영자(CEO)지만 사실 '보텀업(Bottom-up)' 인생의 표본이다. 그는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면서도 고향 언저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고향은 경남 진주. 이후 부산남고와 동아대를 졸업했고 은행원 생활도 주택은행(현 KB국민은행) 부산지점에서 시작했다. 그러던 최 사장이 어떻게 서울로 입성해 대형 카드사 수장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 "특별한 배경이 있거나 남들보다 특별한 조건을 갖춘 사람이 아니었어요. 당연히 특별하게 눈에 띄기도 어려웠죠. 그래서 늘 남들보다 조금 더 노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뻔한 대답일 수 있지만 그저 남들보다 더 공부하며 준비했고 기회가 오면 재빨리 잡았던 것입니다." 그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한 시기는 국민은행(당시 주택은행) 영통지점장으로 부임한 이후부터다. 지난 2001년 상ㆍ하반기와 2002년 상ㆍ하반기, 2003년 상반기까지 영업 평가에서 5회 연속 최우선 성적인 S등급을 받았다. 전례가 없는 기록이었다. 은행은 이 공로를 인정해 최고 포상인 '국은인상'을 수여했다. 비결을 물었다. 최 사장은 멘토 이야기를 꺼냈다. "막 은행원이 됐을 때입니다. 모시던 상관이 있었어요. 어느 날인가 저한테 대뜸 밖으로 나가라고 하시더군요. 당시는 어느 때입니까. 오는 손님만 받아도 편하게 장사하던 시절이었어요. 그런데 그분이 먼저 시범을 보이시는 거예요. 발로 뛰면서 고객을 유치해 오시는 거예요." 상관이 움직이는데 말단 은행원이던 '최기의'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가 타깃으로 삼은 것은 학교. 지역 내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며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는 듯 진주여고, 선명여상, 하동 진교고등학교 등 학교 이름을 술술 풀어냈다. "학교 교무실을 찾아가면 일단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에게 인사합니다. 내가 누구고 여기에 왜 왔다고. 그런 다음에 선생님들을 모아놓고 상품 설명을 하죠. 그런데 학교가 어떤 곳입니까. 수업을 해야 하잖아요.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선생님들이 사라지는 겁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을까. 그는 마냥 기다렸다고 한다. "수업 끝날 때까지 기다립니다. 쉬는 시간에 다시 한번 세일즈를 했죠. 그렇게 몇 시간을 죽치면 선생님들도 사람인지라 제 말에 귀를 기울여줍니다. 이때 하루에 20장씩 신규카드를 발급하고는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카드와 첫 인연을 맺은 시기였네요." 최 사장은 그때 '행동의 힘'을 배웠다고 술회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문제가 닥치면 일단 방법을 생각하고 이게 결정되면 될 때까지 밀고나가는 것이다. "사람들은 문제가 생기면 한번 건드려보고 안 된다 싶으면 포기부터 합니다. 저는 일단 방법을 먼저 상정해봅니다. 그리고 이 방법이 맞다고 생각하면 그때부터 밀어붙입니다. 그러다 막히면 또 다른 방법이 없나를 생각하죠.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 보면 문제는 반드시 해결됩니다." 그래서 일까. 최 사장이 좋아하는 부하직원은 끈질기게 파고 들어가 끝을 보는 사람이다. 그것도 집요하리만큼 끈질기게.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영통 지점장 시절 2층 지점 위로 룸살롱이 들어왔다. 그런데 이 룸살롱 간판이 커서 은행 간판의 윗부분을 덮어버렸다. 신뢰의 표상인 은행 간판을 유흥업소가 뒤덮는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행원 중 아무도 여기에 관심을 두지 않더라고 한다. 화가 단단히 난 그는 즉시 행원들에게 문제 해결을 지시했다. 며칠 후 행원들이 그에게 전한 답변은 "룸살롱 업주가 조폭 같은데 아무리 말을 해도 안 듣습니다"였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던 것보다 문제를 해결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모습이 더욱 화가 났습니다. 그쪽에서 못 뗀다고 하면 다른 해결책을 찾아봐야 하는데 그러지 않더군요. 그래서 제가 고민을 해봤죠." 최 사장이 선택한 방법은 행정의 힘을 빌리는 것이었다. 일단 시청 광고물 담당부서에 가서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시청 역시 해결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는 행정지도를 바라는 문서를 보냈다. 그랬더니 시청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민원서에 시청이 행정지도를 하지 않으면 고발하겠다고 썼죠. 문서는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시청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거든요. 예상대로였습니다. 주말에 룸살롱 업주에게서 철거하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전 그때 또 깨달았습니다. 방법을 찾으면 문제는 결국 풀린다는 것이죠." 평생 은행원으로 살아온 그에게 당연히 던질 수밖에 없는 질문으로 '최 사장에게 은행이란 어떤 존재인지'를 물었다. 의외로 대답은 싱거웠다. 아니, 싱거웠지만 그가 살아온 인생의 자취가 오롯이 담겨 있었다. "은행이요? 제 인생이죠. 또 가정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죠. 제게는 보살펴야 하는 가족이 있고 그래서 은행에 고마웠습니다. 고마우니깐 더 열심히 일했고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됐습니다. 한번은 이런 상상을 해봤어요. 내가 은행원이 아니었다면 과연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답은 뻔하죠. 은행은 저와 궁합이 최적인 곳이에요." 이번에는 화제를 카드사로 돌려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카드사 규제에 대해 물어봤다. 대답은 조심스러웠다. "합리적 규제는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열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큰 틀에서는 방향이 맞는 거죠. 다만 추가로 수수료율을 더 내리는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카드사가 내성을 가질 정도의 기초체력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규제를 하더라도 적정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최 사장은 KB카드 CEO로 변신하면서 예전보다 더 젊어지자고 다짐했다. 일단 옷 차림새부터 맵시를 줬다. 직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매일 페이스북에도 들락거린다. 최근 프로농구연맹(KBL)과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한 배경에도 KB국민카드에 젊음의 기운을 불어넣기 위한 의지가 담겨 있다. 마지막으로 그의 목표를 물었다. "전 모든 카드사들이 라이벌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덩치가 큰 카드사가 아닌 질 높은 1등 카드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최 사장은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지리산 종주만 66번 했을 정도로 산을 좋아한다. 지갑에는 'KB국민 와이즈카드'와 'KB국민 로블카드' 2개를 항상 넣고 다니며 번갈아 사용한다.
최기의 대표는
▦1956년 경남 진주 ▦1975년 부산남고 졸업 ▦1983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주택은행 입행 ▦1999년 주택은행 영통지점장 ▦2003년 헬싱키 경제경영대학원 MBA ▦2004년 KB국민은행 복권사업부장 ▦2008년 KB국민은행 여신그룹 부행장 ▦2010년 KB국민은행 카드사설립기획단장 ▦2010년 경희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 ▦2011년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
슈퍼스타K3·프로농구 스폰서 계약등 젊은층 공략 집중
■KB국민카드 마케팅 포인트는 '젊은 KB를 만들어라.'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의 고민 중 하나는 KB국민카드에 '젊은 이미지'를 덧씌우는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참신함이다. KB국민카드는 오래된 연혁에서 알 수 있듯이 고객 중 중장년층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이대로라면 고객분포가 중장년층에 치우칠 수 있다는 것이 최 사장의 판단이고 자연스럽게 회사의 마케팅 포인트도 젊은층을 공략하는 데 집중돼 있다. KB국민카드는 지난 5월 CJE&M과 '슈퍼스타K3' 메인스폰서 활동에 대한 협약을 맺고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로 3회째 진행되고 있는 '슈퍼스타K3'는 오디션 응시자가 197만명에 이르는 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젊은층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겨울철 대표 인기 스포츠인 프로농구와 스폰서십 계약을 맺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따라 KB국민카드는 시즌 동안 KBL 10개 구단 경기장 내 광고권과 기타 발간물, 제작물 등에 KB국민카드 브랜드 로고를 게재해 마케팅 활동을 펼친다. 계약금은 비밀유지 협의사항이어서 밝힐 수는 없지만 롯데카드가 프로야구 스폰서십을 맺으면서 지급한 50억원보다는 크게 낮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KB국민카드는 또한 젊은층을 흡수하기 위해 '락뮤직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올 들어 6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열린 이 페스티벌은 록 음악 유망주들에게 공정한 경쟁의 자리를 제공하고 성공스토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 최 사장은 "KB국민카드가 갖고 있는 기업브랜드 이미지 중 '젊음'과 '역동성'이 부족하다는 게 오래된 약점으로 지적돼왔다"며 "일련의 활동으로 이미지 약점을 극복하고 나아가 우리의 슬로건인 '국민생활의 힘'을 구체화시키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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