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는 20년 만에 대선과 총선이 함께 치러진 그야말로 '정치의 해'였다. 하지만 더 특이한 사실은 '경제민주화'라는 화두가 총선과 대선 공약의 핵심으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경제성장률 상향이나 대대적인 인프라 건설을 통한 경기 부양 등의 구호성 공약이 아니라 전문적이면서도 추상적인 용어인 '경제민주화'가 선거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같은 해 9월 10명의 국회 출입기자들이 '경제민주화를 연구하는 기자 모임'을 만들었다. 당시 기자들은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경제민주화가 대선 이후 연기처럼 사라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 좀더 진지한 토론과 담론의 구체화에 나서기로 했다. 그래서 경제민주화를 주장하고 있는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 그들에게 치열하게 질문했고 그들이 거침 없이 답변을 하면서 '경제민주화'라는 담론은 더욱 구체화됐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초과이익공유제가 경제민주화에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초과이익공유제는 1920년대 미국 할리우드에서 나온 발상으로, 제작자가 감독, 배우, 배급처한테 '지금은 이것밖에 못 줘. 대박나면 더 줄게'라고 약속한 게 시초"라고 했다. 그는 이어 "크라이슬러나 롤스로이스는 물론 삼성전자에서도 시행하고는 있지만 사내간 공유뿐만 아니라 회사간, 즉 대기업과 협력중소기업간으로 확대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초과이익공유제"라고 설명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경제민주화가 경제위기론에 밀릴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기득권 세력이 위기론을 계속 얘기했다는 것은 위기론이 개혁을 저지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라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경제민주화의 속도와 수위는 상당히 조절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민주화가 요술지팡이라는 착각을 버리라고 말한다. 조 교수는 "국가가 경제민주화의 이름으로 특정 계층의 편의를 도모하면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된다. 지금의 경제민주화는 포퓰리즘에 젖어 있는데, 정부 실패가 시장 실패보다 더 구조적이면서도 폐해가 큰 만큼 정책 입안과 실행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밖에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 김진방 인하대 교수,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본부장,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 등 총 14명의 전문가들이 경제민주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대안을 제시한다. 경제민주화를 자칫 공허한 구호로 이해하고 있을 독자들에게 기자들과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대담은 유익하면서도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준다. 1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