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은 올해에도 하락세(원화가치 상승)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별한 돌발변수가 없다면 지난 2008년부터 본격화한 하락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08년 급격히 하락했던 원ㆍ달러 환율이 지난해에는 유럽발 재정위기, 미국의 양적완화,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영향으로 조정을 받았다"며 "올해 다시 본격적인 하락장세를 연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민간경제연구소들은 2011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원ㆍ달러 환율이 1,000~1,090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환율이 상반기 1,090원, 하반기 1,070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고 LG경제연구원도 하반기 환율을 1,070원, 한국금융연구원은 1,040원으로 제시했다.
증권사들의 환율전망은 좀 더 과감하다. 삼성증권은 하반기 환율을 1,000원, 우리투자증권은 1,020원까지 낮춰 잡았다. 대우증권은 1,000원을 깨고 980원대까지 미끄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전망의 배경에는 글로벌 과잉 유동성과 환율갈등 등에 따른 달러화 위상추락이라는 대전제가 깔려 있다. 올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프랑스는 '글로벌 기축통화 다변화'를 핵심 의제로 다루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올해에도 신흥국에 통화절상 압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급적인 측면에서는 지속적인 자본수지와 경상수지 흑자로 달러 공급이 늘어 원화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경상수지 흑자폭은 다소 줄겠지만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양호한 편인데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 예견돼 자본유입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차례에 걸친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달러를 대량으로 풀어놓은 미국이 또다시 달러 살포에 나설 경우 1,000원대가 붕괴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유선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이 3차 양적완화를 실시하면 원ㆍ달러 환율은 900원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화가치를 끌어내릴 요인도 적지 않게 잠복해 있다. 특히 북한의 동향은 원ㆍ달러 환율 움직임에 최대 복병으로 꼽힌다. 한 외환딜러는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같은 사태가 올해에도 이어진다면 급격한 자본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유럽 재정위기 심화, 정부의 자본유출입 규제도 환율흐름을 바꿀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