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번홀(파4ㆍ405야드)에서 친 신지애(24ㆍ미래에셋)의 짧은 파 퍼트가 홀 속으로 사라졌다. 2년 가까이 우승이 없었던 신지애에게는 5m 같은 50㎝ 퍼트였다.
'지존' 신지애가 '1박2일' 연장전에서 승리하며 마침내 부활을 알린 순간이었다.
신지애는 10일(한국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의 킹스밀리조트 리버코스(파71ㆍ6,384야드)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킹스밀챔피언십에서 이틀에 걸쳐 무려 9홀까지 가는 연장 혈투 끝에 폴라 크리머(미구)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신지애는 현지시간 일요일 오후 크리머와 나란히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 공동 선두로 정규 4라운드를 마친 뒤 8차 연장전까지 치르고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대결은 이튿날 아침으로 이어졌다.
전날 18번홀(파4)에서 혈전을 벌였던 신지애와 크리머는 16번홀(파4)에서 9번째 연장전을 재개했다. 두 선수 모두 드라이버 샷을 페어웨이에 떨궜고 두번째 샷도 그린에 올렸다. 크리머는 약 5m, 신지애는 2.5m가량의 버디 퍼트를 남겨뒀지만 나란히 버디를 놓쳤다. 8홀 연속 파를 기록하며 평행선을 그렸던 승부는 파 퍼트에서 갈렸다. 1m 남짓한 크리머의 파 퍼트는 홀 오른쪽을 훑고 나왔다. 반면 신지애는 두 뼘 정도의 파 퍼트를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감격적인 우승이었다. 2010년 11월 일본에서 열린 미즈노클래식 제패 이후 우승컵을 만져보지 못한 신지애는 1년10개월 만에 LPGA 투어 개인통산 9승을 달성했다. 2010년 16주 동안 세계랭킹 1위에 올랐지만 지난해 허리 부상과 올해 손바닥 수술로 2개월을 쉬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우승 없이 시즌을 보내야 했고 세계랭킹도 13위까지 밀려났었다.
이번 대회 3라운드까지 선두 크리머에 2타 뒤진 2위에 올랐던 신지애는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동률을 이룬 뒤 마라톤 연장전 끝에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직전 캐나다 여자오픈 공동 3위로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뒤 정상에 복귀한 신지애는 우승상금 19만5,000달러(약 2억2,000만원)를 손에 넣었다. "손 수술 등 2년 가까이 힘들었는데 생각보다 우승이 빨리 찾아왔다"면서 "아버지가 와 계신 가운데 우승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LPGA 투어 19개 대회에서 한국(계) 선수의 우승은 6승으로 늘어났다. 72홀 정규 라운드에서는 재미교포 대이얼 강(19)과 카린 이셰르(프랑스)가 공동 3위(14언더파)에 올랐다. 한편 LPGA 투어 역대 최장 서든데스 연장전은 1972년 10홀이었다. 당시 조 앤 프렌티스가 샌드라 파머와 케이시 위트워스를 물리치고 진땀 나는 우승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