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종이와 책

종이와 책. 요즘 같은 최첨단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유지하고 있는 전통적인 문화 코드이다. 종이는 문화의 쌀이고 책은 잘 지은 밥이라 보면 무리가 아닐 듯싶다. 요즘 경기도 파주에서는 ‘북시티페스티벌 2006, 종이와 책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오는 29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는 종이와 책이 함께 만나는 귀중한 자리다. 이번 종이와 책 특별전은 업계 관계자들에게는 정보 교류의, 학생들에게는 좋은 학습의 장이 될 수 있어 기대가 크다. 흔히들 너무 가까우면 서로를 잘 모른다고 한다. 종이와 책은 불가분의 관계이기는 하지만 이 같은 말이 맞아떨어지는 듯하다. 때문에 이번 만남이 흔치 않은 기회이고 처음이라 해도 지나친 과장이 아니다. 종이회사를 대표해 종이와 책 특별전에 참가하면서 몇 가지 사실에 놀랐다. 우선 출판계에 종사하는 분들이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종이의 다양성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수한 종이를 설명할 때마다 국내에서 나오는 것인가, 왜 진작 이런 종이를 알려주지 않았냐는 원망도 제기됐다. 종이회사의 홍보 부족을 뼈저리게 느끼는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책에서 종이가 차지하는 비중을 간과하고 있는 점도 아쉬웠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출판사 사장은 단행본 출판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한권의 책을 독자에게 선보이기 위한 마케팅 비용까지 줄줄이 설명하면서도 정작 종이가 차지하는 비중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종이와 책이 불가분의 관계라지만 국내 관계자에게는 먼 나라 얘기 같다. 그동안 종이로 책을 만들었지만 정작 종이를 만드는 사람과 책을 만드는 사람은 서로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종이와 책이 이번 특별전을 통해 모처럼 만났다. 그동안 종이와 책만 만났지만 이번에는 사람들도 함께 만났다. 비록 이번 만남이 늦은 감이 있지만 문화를 대표하는 동질성이 있기에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곧 서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격려하는 사이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파주북시티페스티벌 2006’에 굳이 문화산업의 재발견이라는 의미를 부여해도 그리 지나친 일이 아닐 듯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