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금융당국이 정부보유 주식 처리를 놓고 고민에 빠져있다.
지난 8월 환투기세력 퇴치를 위해 사들인 수백억달러어치의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데 이를 시장에 내놓을 경우 또다시 주가가 폭락할까 걱정이다. 그렇다고 그동안 매입했던 우량주를 계속 갖고 있자니 주식시장에 유동성이 떨어져 문제다. 정부가 과다 보유한 주식만큼 시중에 자유롭게 거래되는 주식물량이 줄었다는 얘기다.
홍콩금융청(HKMA)은 26일 지난 8월 주식매입에 152억달러를 쏟아부었다고 처음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밝혔다. 당국은 주식시장에 충격을 주지않으면서 보유주식을 시장에 내놓겠다고 하지만 주식시장으로서는 홍역을 치르지 않을 수없는 입장이라는게 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보유주식 매도를 위해 HKMA가 세운 한 펀드회사 관계자는 이날 『정부는 항셍지수 편입 총 주식물량의 7.3%를 갖고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주식시장에 8억달러를 운용하고 있는 펀드 매니저인 휴즈 영은 『정부가 우량주식을 매집하면서 홍콩 상하이뱅크 같은 우량주식들을 내다팔았다』면서 『투자가 입장에서 정부의 과다한 주식보유는 악몽같은 것』이라고 불안감을 나타냈다.
한편 현재 33개 최대 홍콩기업 주식을 보유자별로 보면 정부가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주식보유 때문에 시중에 거래되는 주식물량이 15% 가량 줄어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투자가들은 언제 정부가 주식매도를 시작할 것인가에 관심을 곤두세우고 있다.
홍콩 당국은 주식을 보유할 수도 팔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이병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