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3월 5일] 부메랑 된 고분양가

최근 서울 고덕동의 한 재건축 단지에서 보기 드문 일이 발생했다. 조합이 일반 분양가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한 나머지 분양받았던 사람조차 계약을 포기하면서 대량 미분양이 발생하자 분양가를 10% 할인해 다시 분양하기로 한 것이다. 조합은 이미 기존 계약자에게도 10%를 소급해 할인하기로 결정했다. 서울 고덕동의 사례는 전형적인 조합의 실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합원들이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나머지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가 결국에는 받은 돈을 환급해야 하는 해프닝으로 결론 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고분양가 논란이 이 아파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분양한 서울 흑석뉴타운 내 한 구역의 3.3㎡당 일반 분양가도 2,1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분양한 인근 구역의 분양가가 2,000만원인 점을 감안할 때 3.3㎡당 100만원 이상 오른 셈이다. 이 같은 높은 분양가 책정은 이미 저렴하게 분양된 단지에 붙은 프리미엄(웃돈)까지 모두 분양가에 포함시켜 조합의 이익으로 넣겠다는 계산에서 비롯됐다. 올해 분양을 앞둔 서울 마포의 한 재개발 구역은 3.3㎡당 일반 분양가가 2,900만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는 예상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서울 지역의 이 같은 분양가 인상은 당연한 것일까. 현재의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오히려 아슬아슬한 곡예를 부리는 곡예사와 흡사해 보인다. 조합원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분양에 실패하면 가격을 낮추면 된다는 얄팍한 상술이 숨어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지금까지 서울 지역에서 분양한 재개발과 뉴타운이 좋은 분양 성적표를 보이면서 도미노식 분양가 인상이 이뤄지고 있지만 언제까지 소비자가 분양가 상승세를 용인해줄지는 미지수다. 이미 수도권 재건축 아파트에서는 고분양가 논란으로 1순위에서 한 명도 청약하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서울로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으로 아파트 계약율마저 절반 수준에 그치는 현재의 부동산 시장에서 수요자 및 시장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합리적인 분양가 책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고덕동 재건축 아파트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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